[창작소설]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

불이 꺼저있는 재운의 집. 둘라는 재운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런데 둘라가 순간 고개를 휙 돌리며 현관문을 주시하더니 재운의 방에서 달려나간다. ‘멍! 멍! 멍!’ 재운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것이다. 저만치 계단밑에서 발자국 소리가 다가온다. 둘라는 이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이 재운임을 알고 있기에 손살같이 달려나와 집으로 돌아온 재운이 반가움에 꼬랑지를 흔들며 현관 앞에서 어쩔줄 몰라한다. 언제나처럼 재운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둘라. 언제나처럼 자신이 집으로 돌아온 것을 반겨주는 둘라… 어느새 현관 앞에 다다른 재운의 발자국소리는, 현관 앞에서 꼬랑지를 흔들며 빨리 들어오라고 늑대와 같이 울부짖는 둘라를 재운이 진정시키듯 말한다.


“둘라야 이제 조용히 해야지! 그러다 쫓겨나 너!”


늦은 시간, 다른 집에서 둘라의 짖는 소리를 시끄러워 할까봐 주의를 주면서도 이런 둘라가 재운도 한없이 반갑다. 재운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쭈그려 앉아 둘라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며 잘 있었느냐고 안부를 물어준다.


“둘라야. 우리 둘라야. 잘 놀고 있었어? 들어가자.”


한참동안 둘라를 쓰다듬고 안아 준 후, 어머니께 드리려고 사가지고 온 과일봉지를 식탁위에 올려놓고는 둘라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 둘라 물 있나보자.”


그리고는 분주하게 둘라의 물통을 화장실로 가져다 세척을 한 후, 새 물을 담아 가져다주고 또 둘라의 밥통에도 사료를 채워준다. 둘라는 화장실로, 냉장고로, 다시 자신의 방으로 왔다갔다 하는 재운을 따라 분주하게 쫓아 다닌다. 헐떡헐떡 물을 마시고, 또 사료를 먹는 둘라. 재운이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둘라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텅 빈 불꺼진 캄캄한 어머니의 방. 물론 재운의 어머니는 아직 재단에서 돌아오시지 않았다. 미닫이로 된 어머니의 방문 앞에 재운이 다가와 서는 모습이 보이고, 재운이 어머니의 방 문을 살며시 연다. 그리곤 잠시 어머니의 방 안을 보더니 이내 불꺼진 텅 빈 어머니의 방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살며시 앉는다. 그리곤 생각에 잠긴다.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재운은 걱정이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일이 생긴다면, 만약 자신이 이 세상에 없다면, 자신의 어머니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없어서다. 어머니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이곳에서 사시다 수야의 곁으로 가셔야 한다. 누군가는 어머니를 위한답시고, 입은 있는 이유로 입발림 소리를 해대겠지만, 형제들이란, 그 어머니의 자식들이란 자들 마저도 어머니가 자신들의 집에서 하룻밤이라도 머물게 되기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하며 머리를 굴려대는 이들 뿐이다. 어머니 주변엔 모두가 이런 인생들 뿐인데… 아무도 돌봐주지 않을텐데… 이곳에서 홀로 쓸쓸히 지내셔야 할텐데… 그 즐거워하시는 장사는 누가 도와주나… 재운은 어머니가 걱정이다. 재운이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는데 둘라가 어머니방으로 쫓아 들어온다. 이런 둘라를 보곤 재운이 둘라를 쓰다듬어주더니 둘라를 안아준다.


“삼촌 방으로 가자…”


그리곤 둘라를 안은채 어머니 방에서 나가며 방문을 살며시 스르륵 닫는다.


시간은 어느새 새벽 6시를 향해가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봄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고 있다. 어지간해선 집 안에선 담배를 피우는 일이 없는 재운이 책상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재운은 이렇게 책상앞에 앉아 생각에 잠긴채 꼬박 밤을 세웠다. 창문은 활짝 열려있고, 방문은 굳게 닫혀있으며, 둘라는 어느새 바닥에 놓여있는 자신의 안식처와 같은 방석위에서 코를 골며 자고있다.


왜 내가 이런일에 휘말려야 하는걸까? 그날 그와의 말타툼이 내 잘못이었나? 그 일이 이렇게까지 될 일인가? 후회도 되는 한편, 그때로 되돌아간들 달라지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다면 피할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어째서 수야님은 내게 이런 일을 만드신 것일까? 왜? 굳이 왜? 자신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일을 꾸미신 것인지, 그의 뜻이 궁금하다. 그날, 홍사장을 만나러 가기전 ‘자신을 기다리는 쇠파이프를 가득 싫은 황토색 카렌스 6138‘을 또렸하게 보았고 이 일이 벌어졌다. 12월 어느날. 눈보라가 치던 밤. 재운이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던 그때, 수야가 느닷없이 재운을 부르며 말하길  ‘이제 네 모친이 이후로 다시는 장사를 하러 나가지 못하리라.’ 했었다. 내일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 모든게 희미하지만 분명히 일어날 일들임도 재운은 알고있다. 그래서 초조하고 두렵고, 또 궁금하다. 어떻게 하시려는 걸까? 무엇을 하시려는걸까? 앞으로 자신 앞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면서도 수야가 한 말들은 분명히 일어날 일들 임을 알고있기에, 수야가 한 말들이 재운의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재운: 엄마한테 무슨일이 일어나게 하시진 않을텐데…”


어쨌든, 재운은 느끼고 있다. 이 시간이 쉽게 지나가지 않으리란 사실을. 그냥 스쳐지나갈 일이 아니란 사실을 재운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뭔가 준비를 해야한다. 나도 뭔가 준비를 해야한다. 내일 일을 알 수 없으니 더더욱 뭔가 준비를 해야지.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엄마는 편안하게 사시다 가게 해 드려야지… 뭐부터 해야할까…?’ 재운이 멍하니 책상앞에 앉아 봄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는 창 밖을 보고있다. 피곤하고 지쳐서 몸이 쉽게 움직여질것 같지 않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고, 해야할 일이, 준비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얇은 봄비가 내리는 새벽. 재운이 버스정류장 맞은편에 서있고 재운의 등 뒤엔 배반경찰서(지구대)가 있다. 재운은 경찰서 내 주차장 한 구텅이에 서있는 커다란 은행나무 옆에 몸을 숨기듯,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듯 기대어 서서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한손에 든 우산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온다. 그의 시선은 줄곧 청량한 빗소리를 들려주는 우산으로 향해 있으면서도 이따금씩 맞은편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은 쌀쌀한지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재운. 그런데 맞은편 버스정류장 앞에 어머니가 다니시는, 그러니까 자신이 몸담았었던 재단 버스가 서고,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리신다. 재운이 이런 어머니를 물끄러미 보고있다. 그리곤 재단의 버스가 떠나고 찾길을 건너시는 어머니께로 다가간다.


“재운: 엄마!” “어머니: 어머! 왜 나와있어? 엄마 비맞을까봐?”

“재운: 누구 우산 챙겨주는 사람도 없어?”

“어머니: 바로 여긴데 무슨 우산을 챙겨줘.”


마중나온 재운 때문에 어머니도 깜짝놀란 눈치다. 그리고 몹시 반가워 하신다. 재운과 어머니가 재운이 가져온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골목길로 들어간다.


“어머니: 재운아… 엄마 너무너무 슬프다…”

“재운: 왜?”

“어머니: 재단이 날리가 났어… 이럴땐 너라도 재단에 있어야 하는데…”


재운은 아무런 댓구도 질문도 하지 않는다.


“어머니: 산에 갈거니?”

“재운: 음…”

“어머니: 비오는데 오늘도 가려고? 그럼 밥 먹고가.”

“재운: 나 라면하나 먹고 갈까 하는데…”

“어머니: 무슨 라면이야. 엄마랑 밥 먹자.”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하시는 동안 재운은 그 옆에 서서 식사 준비를 거들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침식사를 하는 내내 어머니에게서 재단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또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다 들었다. 재단의 선각자 김영호가 재단의 모든 여자 성도들과 섹스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선각자 김영호는 매일매일 여자 성도들을 모아놓곤 그들을 발가벗긴채 돌아가며 자신의 성기를 애무하라 시키고 그렇게 그룹섹스를 했는가 하면, 김혜인은 이제 열다섯살인 자신의 어린딸에게 새 이불과 베개를 사 들려주며 선각자에게 네 몸으로 위로하라 시켰고, 선각자와 매일을 하루같이 몸을 뒤섞은 유부녀인 조은혜와 김광선은 선각자를 사이에 두고 질투가 불같이 일어나 서로의 남편에게 고자질을 해 싸움이 일어났고, 박신이란 재단의 선생된 자는 간음과 음탕과 난잡한 이 행위를 위해 집을 제공했으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가 된 장화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선각자 김영호와 연애편지를 주고받으며 여관방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어떤 이에게는, 그녀를 늦은밤 거리로 데리고나가 저기 저 사람들에게 가서 강간을 당하고 오라고 시켰는가 하면, 장소를 제공한 박신은 선가자 김영호의 뜻에 따라 재단의 어린 전도사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강간을 당하고 오라해서 강간 당 함을 일삼은 여자는 재단의 또 다른 청년과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실로 놀라웠다. 재단이 어떻게 썩어가고 있는지, 이미 몹시 썩을데로 썩은 그들의 내면을 재운도 다 보았지만, 그래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전혀 모르진 않았지만 이 정도 일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어떻게 이럴수 있단 말인가. 수야님이 다 보고 계실줄을 모르나? 그가 죽은 하나님이였나?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날이면 날마다 금식 기도를 자처하던 너희가 아니었냐.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인생들 앞에 당당하게 서서 거룩함을 뽐내던 너희가 아니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일요일이면 반듯하게 옷을 입고 수야님의 종 된 선각자에게 순종하던 너희가 아니었냐. 다른 모든 성도들에게 경건한 삶을 가르치던 너희였다. 그러니 진짜는 뭐고 가짜는 뭐냐.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판단하랴. 눈에 보이는 외모로 할거냐. 그가 금식을 하고 머리에 기름칠을 하고 날이면 날마다 재단에 나아와 수야님 앞에 엎드리면 그가 수야님의 사람이냐. 그러면 그가 진짜냐. 살아보니 눈에 보이는게 아무것도 아니더라. 사람의 마음속을 누가알랴. 그 내면의 생각은 그의 속사람만 아는 것이 아니냐. 가난한 사람은 모두가 선하냐. 부자는 모두가 악하냐.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 그저 강팍한 자는 강팍한 것이고, 내면의 양심을 따라 선을 행하는 이는 선한 것이다.  


재운이 집에서 나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탄다. 오늘은 재운이 차를 몰고 산엘 가려나보다. 확실히 재운의 행동은 평소와는 몹시 다르다. 운전석에 앉아마자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그의 시선도, 왠지모를 그의 행동에서 보여지는 초조함도, 재운은 확실히 평소와는 많이 다르다.


재운이 차를 몰고 산으로 가고있다. 재운은 그저 어머니가 이제 그 재단을 나오시길 바랄 뿐이다. 호조연과 같은 여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 재단에 계속 나가시지 않길 바랄뿐이다. 재운의 어머니는 호조연이란 여자의 시선에서 재단에서 벌어진, 그리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재운에게 들려 주었지만 재운은 수야님의 시선에서 누가 재단을 쓰러뜨리고 넘어뜨렸는지 똑똑히 보았고 알고있다. 선각자 김영호의 부인인 사모 백영하와 그룹섹스를 벌이고 음행과 악행과 간음을 위해 장소를 제공한 박신과 그 여자들이 선각자 김영호를 쇠사슬로 꽁꽁 묶어 두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운전을 하던 재운이, 자신이 늘 오르는 배반산 주차장에 들어서며 순간 얼굴이 굳는다. 침을 꼴깜 삼킨다. 황토색 카렌스 6138. 그 황토색 카렌스 6138이, 저만치 재운이 산에서 내려오는 곳, 그 길 앞에 서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저들이 볼까봐 애써 아무런 표정도 지어보이지 않지만 재운은 긴장하고 있다. 내가 이 산엘 매을 온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분명히 호랑이 회장에게서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분명히… 재운은 배반산의 넓은 주차장 정 중앙에 차를 세운뒤 산 주변을 슬그머니 두리번거린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전히 봄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고 있고, 산 정상엔 안개가 자욱하다. 재운이 눈을 깜빡거리며 고민에 휩싸인다. 어떻게 해야할까. 산엘 올라가야 할까. 오늘은 그냥 집으로 다시 돌아갈까… 그러면 저들이 나를 더욱 얕잡아 보진 않을까… 어떻게 해야하나. 올 것이 온건가. 어찌해야 할까…  이른 봄비가 산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산 앞 주차장엔 재운의 차와 카렌스 6138이 고요히… 서있다…  


산에 도착한지 벌써 40여분이 흘렀지만 재운은 여전히 차 안에 앉아있다. 그는 차 창문을 조금 열곤 담배를 피우며 이따금씩 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애써 아무런 표정도 지어보이지 않는다. 여유롭게, 여유로운척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을 뿐이다.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서인지 차 안엔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카렌스 6138. 차 안엔 지난밤 태악산 기슭에서 재운을 기다리던 세 남자와 또 한명의 남자가 있다. 그는 머리에 검은색 등산모자를 꾹 눌러 썼고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판초우를 입고있다. 수염은 짖고 덮수룩하며 체격이 꽤나 커보인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말한다.  


“홍사장의 남자1: 쟤 왜 안올라가냐?”

“홍사장의 남자6: 쟤 올라가면, 네가 따라붙어. 난 이쪽길로 올라갈테니까.”

“홍사장의 남자3: 예. 형님.”  


새롭게 등장한 차 뒷좌석에 앉아있는 판초우를 입은 남자가 그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툭치며 말했다.  


재운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망설이고 있다기 보다는 누군가 산엘 올라가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산에 도착한지 50여분이 지난 지금, 순간 백미러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키가 작은 한 아주머니가 배낭을 메고 우산을 들고는 산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재운이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이 아주머니를 주시한다. 자세히 보니 이 아주머니는 재운이 늘상 보아왔던 아주머니다. 이 아주머니는 분명히 산엘 올라가려고 오신것이 틀림없다. 고개를 돌려 등 뒤 저만치에서 부터 걸어오는 아주머니를 지켜보던 재운의 시선이 아주머니의 걸음걸이를 따라 어느새 정면으로 향해있고, 아주머니는 산 주차장 중앙에 세워져있는 재운의 차를 지나쳐 산 위로 올라가고 있다. 이 배반산은, 산을 올라가는 길이 수십곳이다. 저만치 재운의 차를 지나쳐 아스팔트를 따라 올라가고 있는 아주머니처럼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가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도 있고, 아니면 재운 처럼 주차장 입구에서 셋길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있는등 다양하다. 아주머니가 산에 올라갈 것이 확실해 보였는지 재운이 차에 내릴 차비를 한다.  


카렌스 6138의 네 남자가 재운의 차를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후 재운이 차에서 내려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재운은 아주머니를 따라 아스팔트를 올라가지 않고, 늘 자신이 산을 오르던 방식데로 주차장 옆 셋길처럼 나 있는 그 길로 성큼 한걸음씩 내딛으며 산을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카렌스 6138에 타 있는 네 남자에게 보여지는 재운의 모습은 특별할게 없어 보인다. 재운 스스로도 평소와 같이 이제 산에 오르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홍사장의 남자3: 갑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차 문을 열려는 순간, 순간 차 안 네 남자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동시에 향한다. 부부인지, 아니면 연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50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각자 우산을 손에 든채 산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네 남자가 이들을 보고있다.  


“홍사장의 남자3: 올라갈까요?”

“홍사장의 남자1: 여유치 않으면 눈치 안채게 잘해야된다. 기회다 싶으면 옆구리만 살짝 쑥 찔러서 데리고 오고.”

“홍사장의 남자6: 여기 배반산이다. 여기도 곳곳에 CCTV 다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홍사장의 남자3: 예.”  


뒷좌석에 앉아있던 그들중 제일 어려보이는 남자가 야구모자를 눌러쓰며 차에서 내린다. 그리곤 재운이 산엘 올라간 그 길로 향하고 남은 세 남자는 재운을 뒤쫓는 이 남자를 주시하고 있다.  


재운이 한참을 산을 오르다 늘 수야에게 기도를 하던 곳으로 살며시 다가간다. 그리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곤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나의 하나님… 내 하나님… 내가 여기에 있나이다…”


재운의 머리 위 하늘에선 오늘도 천둥이 치고, 새들이 모여들어 지저귀기 시작한다. 봄비가 내리는 적막한 산, 재운은 인적이 드문 이곳에 서서 수야와 교제를 시작한다. 저만치 등 뒤에선 야구모자를 쓴 날렵해 보이는 사내가 재운을 따라 산을 올라오고 있다…


카렌스 6138 차 안엔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와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 이 두 남자많이 남겨져있다.


“홍사장의 남자2: 원래 이렇게 오래있다 내려와?”

“홍사장의 남자1: 모르지. 얼마나 됐지?”

“홍사장의 남자2: 한 두시간은 된 것 같은데?”

“홍사장의 남자1: 음… 기다려 보자…”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다시금 시선을 돌려 산 위를 두리번거리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생각에 잠긴다.  


재운은 어느새 기도를 다 마치고 산 정상에 있는 정자 안 의자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을 뒤덮고 있는 안개를 감상중이다. 땀과 봄비가 뒤범벅된 얼굴과 옷은 흠뻑 젖었고 수야와 교제를 한 탓인지 표정은 차분하다. 하지만 재운은 여전히 궁금할 것이다. 왜? 어떻게? 수야가 자신을 어디로 어떻게 인도할지 말이다. 여전히 산엔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봄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고 있다.


재운이 산에 올라간 반대쪽 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 등산모자를 쓰고 판초우를 입은 남자가 어느새 산 중턱까지 다다랐다. 우산은 들지 않았고, 고개는 땅으로 꺼져있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신다.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 걸음 걸이로 봐서 조금은 힘이 드는가 보다.  


“홍사장의 남자6: 와 씨…” 


남자가 힘이든지 잠시 멈춰서서는 숨을 고른다. 그러더니 무거운 다리를 한걸음 때며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재운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숨이 가뿐 남자는 고개를 툭 떨군채 산을 오르고 있어 재운을 보지 못했지만, 산을 내려오는 재운은 저만치 멀리서 산을 올라오고 있는 이 남자를 보았다. 재운이 산을 내려오며 계속 이 낯선 남자를 주시한다. 한참동안 숨을 헐떡이며 지친 몸을 이끌고 산을 오르던 남자가 다시금 멈춰서며 숨을 고른다. 그리고 순간, 무심코 허리를 일으키고 고개를 들어  산 위를 보는데 재운이 저만치에서 산을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순간 눈빛을 교환했다. 그런데 재운이 마치 ‘나는 당신의 정체를 알고있다’라고 알려주기라도 하려는듯 남자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남자는 순간 이런 재운의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으려는듯 가뿐 숨을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땅으로 내린다. 두 사람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남자는 그 자리에 멈춰서선 가뿐숨을 몰아쉰다. 다가오는건 재운 뿐이다. 이 산길에 익숙한 재운은 이 남자에게서 눈을 때지 않고있다. 재운의 눈빛은 조금은 화가난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두 사람이 서로를 스쳐 지나갈 무렵, 재운을 보기위해 산을 올라오던 남자가 몸을 조금 피하듯 움츠리며 숨을 꼴깍, 또 꼴깍 삼킨다. 한손에 우산을 들고있는 재운이 스쳐지나치며 마치 우산으로 찌르기라도 하려는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이 피해라’라는 식으로 움츠리거나 피하려는 아무런 몸짓도 없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재운은 남자와 스쳐 지나치는 그 순간에도 입술을 꽉 깨물며 남자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재운은 남자를 지나쳐 산을 내려가고 있다. 계속 숨을 깊게 마시며 산을 오르는 남자 어깨너머로 멀어져가는 재운의 뒷모습이 보인다. 남자는 재운을 돌아보지 않는다. 고개를 반쯤 숙인채 눈을 깜빡거리며 재운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시금 침을 꼴깍삼킨다. 왠지 재운이 자신이 홍사장이 보낸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것만 같아서, 재운을 해하려고 온 이 남자가 오히려 초조해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운은 이 남자의 정체를 알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수야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재운의 영(靈)은 더욱 깨어났고, 그의 영이 수야에 속한 영인지 그 반대편에 속한 영인지, 영은 절대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수야와 교제를 하고 내려오는 길이 아니었던가. 이 배반산을 2년여 오르내리며 이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과 인사를 나눌 정도로 낯이 익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산에 다니는 사람들의 복장과는 전혀 다른 판초이를 입은 이 남자가 누구인지, 누가 보낸 사람인지, 재운은 느낄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날 이후에도 많은 날들 동안 홍사장이 보낸 그의 남자들이 재운을 해코지 하려고, 납치해 다리를 부러 뜨리려고, 두명씩 네명씩 짝을 지어 다니며 재운을 미행하고 산을 오르내렸고, 이들이 재운을 해코지 하지 못하자 홍사장은 결국 다른 칼잡이들을 고용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그 칼잡이들은 늘 6명씩 짝을 이뤄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 재운을 미행하고 쫓아다니는 그 듣도보지 못한 칼잡이들에게 납치 당하지 않으려고 노심초사 하면서 도망다니듯 그들의 눈을 피해 다니면서, 그렇게 재운은 많은 날들을 보내게 된다…


재운이 산에서 내려와 주차장에 나타나자 카렌스 6138안 두 남자가 숨을 죽인채 재운을 주시한다. 재운도, 입술을 굳게 닫은채 이 카렌스 6138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의 차로 돌아간다. 이들의 눈은 날카롭고 예리하지만, 하지만 누구하나 재운을 똑바로 보거나 관찰하진 못한다. 룸미러로, 백미러로, 그저 자신의 승용차로 돌아가는 재운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산에서 내려와 카렌스 6138을 유심히 살피며 유유히 자신의 차로 다가가는 재운이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다가오기라도 할까봐 긴장한 것처럼 말이다. 산 위에서 두 남자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혹 마주치기라도 했었는지, 대화라도 나눴었는지 알길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는 재운이 오히려 신경이 쓰인다.


재운이 산에서 내려와 자신의 승용차로 향하며 카렌스 6138을 한참동안 돌아보았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창문을 아주 조금 열고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카렌스 6138을 사진찍기 시작한다. 카렌스 6138 차 안에선 두 남자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탄 재운을 주시하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룸미러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백미러로. 이들은 재운이 자신들의 차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게 잠시 재운의 승용차와 카렌스 6138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다가 재운의 승용차가 배반산 주차창을 떠난다.


“홍사장의 남자2: 쟤 뭐야? 쟤 원래 인간이야?”  


긴장하고 있던 두 남자가 재운의 승용차가 떠난후 긴장이 풀린듯,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고 간 재운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듯 대화가 오고간다. 해코지를 해도 탈이 없을만한 사람인지, 홍사장의 말대로 별볼일 없는 그저 그런 대리운전 기사인지 궁금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정체를 알았을까봐 초조한 것이다. 알았다면 어떻게 알았을까. 왜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았을까.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산으로 올라간 친구가 궁금한지 몸을 낯춰 산 위를 살펴보더니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산으로 올라간 친구를 가리키며 말한다.


“홍사장의 남자1: 전화 한 번 해봐.”


산 위에서 재운과 마주친 남자가 봄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는 산 정상의 정자위에 올라가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먼 산을 바라보며 서있다. 땀을 많이 흘렸는지, 힘이 들어서인지 판초우를 벗어 의자위에 걸쳐놓았다. 따르릉. 따르릉.


“홍사장의 남자6: 여보세요. 어… 별 일은 없었어. 별 일은 없었는데… 쟤가 나를 빤히 보고가네… 어… 날 아는것 같더라니까. 쟤 원래 뭐하던 얘야?”

“홍사장의 남자3: 형님…”


제일 먼저 재운을 뒤쫓아 올라왔던 이 남자도 땀을 비오듯 쏟고있다.


“홍사장의 남자6: 어. 지금 왔어. 어… 야, 갸 뭐하고 있디?”

“홍사장의 남자3: 못 봤어요. 안 보이더라고요.”  


전화를 받고있던 남자가 어처구니가 없는듯 이 남자를 잠시 째려본다.  


“홍사장의 남자6: 얜 보지도 못했댜. 어.”


산은 여전히 봄비에 촉촉히 젖고있고, 산과 산을 뒤덮고 있는, 자욱한 안개가 펼쳐져있다.


“난 한번도 그렇게 기도를 해본적이 없다. 난 한번도 내 자신을 위해 기도라는걸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늘 수야님 앞에 앉아 그의 얼굴을 구했으며, 그의 얼굴을 찾았고,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를 알기 시작한 날로부터, 그와 나와의 관계를 알기 시작한 후로부터, 난 단 한번도 자의로 기도를 해본적이 없다. 마음에 기도의 제목을 정했을 지라도 그의 얼굴을 구하는 순간 그가 내 입을 막았고 그가 내 입을 열었다. 회개 조차 자의로 할 수 있는게 아님을 안 날로부터… 난 늘 그의 앞에 앉아 그의 얼굴을 구했으며, 그의 얼굴을 찾았고, 그의 얼굴만 바랬다. 난 그랬다… 그에게 길을 물어보고 간 적이 없다. 그에게 길을 알려 달라고 해 본 적이 없다. 그에게 길을 물어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에게 매달려 있었고, 그저 그에게 매달려 걸었다… 난 그랬다… 그렇게 그에게 메달려 그가 이끄는 곳을 따라, 그저 가 보았다… 그가 내 안에, 내가 그의 안에… 난 그랬다…”


TO BE CONTINUE…


[ 등장인물 ]

수야. 아일랜드의 창조자.
궁사. 수야의 몸종들.
사천. 수야의 심부름꾼.
재운.
지나.
주연.
홍사장.
박영보.

[ 목차 ]

제1장. 꿈.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1화 살자(自殺).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2화 대리운전.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3화 재단(齋壇).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4화 카페 꿈.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5화 시련(試鍊)의 시작.    

제2장.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
[창작소설]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

제3장. 위대한 거짓.
제4장. 저주받은 가족사.
제5장. 어떤 창녀 이야기.
제6장. 지나의 죽음.
제7장. 사라진 꿈. 


-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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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amn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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