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5화. 시련의 시작.

제5화. 시련의 시작. 비가 주륵주륵 오고있는데, 재운은 오늘도 산엘 올라 기도를 하고 내려온다.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몸은 땀과 빗방울이 뒤섞여 흠뻑 젖어있다. 주르륵 주르륵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세상마저 투명하고 맑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겨울의 차가운 밤공기를 좋아하면서도 겨울의 새하얀 눈은 그토록 싫어하는 재운. 그런데 비는 참 좋아하는 재운이다. 비가 들려주는 이 소리 때문이다. 산에서 내려와 넓은 논밭을 지나서 어느새 아파트들과 상가들이 길게 뻗어있는 도로를 지나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따르릉. 따르릉. “재운: 여보세요?”   끼익! 순간 골목안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가 재운을 칠뻔했다. 하지만 재운은 크게 인상을 쓰지않고, 그저 가던길을 간다. “호랑이: 사장님! 저 호랑이예요!” “재운: 네. 회장님…” 재운이 굉장히 반갑게 전화를 받는다. “호랑이: 사장님 오늘 일 하실거예요? 다름이 아니라 일 안하실거면 오늘 술한잔 어떠신가 해서요?” “재운: 글쎄요. 계속 비오면 일은 접을것 같은데요.” “호랑이: 오늘 계속 비와요. 토요일인데, 일 접고 술한잔 하시지요.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보다 누가 사장님과 꼭 인사좀 하고 싶어해서요.” “재운: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오늘 한잔 살께요.” “호랑이: 아니예요. 술값 같은건 신경쓰지 마시고요 어쨌든 술한잔 하시지요. 사장님과 인사하고 싶어하는 분이 저한텐 제 아버님과 동급인 분이거든요. 저도 꼭 한번 인사를 시켜드리고 싶었어요.” “재운: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거기로 갈께요. 네. 네…”    호랑이라 불리우는 회장님… 호랑이는 자신이 만들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닉네임이다. 그래서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입한 사람들은 이 사람을 회장님이라 부른다. 나이는 재운보다 한 살 어린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인데, 그는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커뮤니티를 제공하는가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12인승 승합차를 이용해 버스가 끊긴 새벽, 마냥 걸어 다녀야만 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을 술집이 밀집해 있는 두전동까지 픽업해주는 일도 하고있다. 사업 수완도 있고 무엇보다 남자답고, 뒤끝없고, 양심적이며, 인간성도 좋고 인간적인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재운은 호랑이 회장이라 불리우는 이 사람을 좋아한다. 재운과의 인연은 이렇다. 재운이 처음 대리운전을 하러 나갔던 그날,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에서 기다려야 할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아무것도 몰라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때 재운이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서성이는 모습을 보곤 재운에게 다가와 주었었다. 그리고 명함을 건네주고 커뮤니티 사이트를 알려주고 픽업을 해주고 있다는 소식도, 대리운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노하우도 들려준 인물이다.  그리고  1년전, 재운은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영화의 인트로 영상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주제로 준비하고 있었고, 여름 분량 인트로 영상을 촬영하려고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이 전안엘 내려왔었다. 그런데 호랑이 회장님이라 불리우는 이 남자가 대리운전을 하다가 재운이 친구들과 촬영을 하는걸 우연히 보았고, 너무나 반가워했었다.  1년전 5월 어느날. “호랑이: 사장님! 카메라도, 녹음기도, 마이크도 모두 액션중이었다. 재운이 촬영을 하고있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재운을 부른다. 재운이 돌아보니 호랑이 회장이 아닌가. “재운: 어? 회장님 여기에 오셨어요?” 재운이 일어서선 호랑이 회장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호랑이: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재운: 영상 좀 만들어보려고 촬영해요.” “호랑이: 이 분들 전부 같이요? 와! 그런걸 하셨었어요.” “재운: 아니요. 안했었어요.”“호랑이: 제가 뭐 도와드릴수 있는게 없을까요?” “재운: 아니요. 일 하셔야 하잖아요.” “호랑이: 아니 오늘 하루 쉰다고 제가 죽습니까. 말씀하세요.” 사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좀 더 필요했었고,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따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타날때를 기다렸다가 약속한데로 움직이며 촬영을 하고 있었다. 엑스트라든 그저 행인 1, 2, 3이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게 사실이고 선뜻 도와주고 싶어하는 호랑이 회장이 재운은 몹시 고마웠었다. 뿐만아니라 호랑이 회장이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4~5명의 대리운전 기사들을 불러모아 간신히 해가 뜨기전에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재운이 호랑이 회장의 계좌번호를 알아내어 일당을 지급했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받을수 없다는 호랑이 회장과 안된다는 재운 사이에 번갈아 계산을 해가며 벌써 4번을 술자리를 가졌었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재운은 그에게 고마움도 마음의 빛도 간직하고 있었다. 어느새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한 후, 재운이 잠시 누워 쉬려한다. 그런데, 감은 두 눈 앞에 또다시 환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렌스 6138. 재운이 늘 올라가는 산 앞 주차장에 이 차가 서있다. 그리고 재운의 두 눈은 이 차를 향해 다가간다. 차 트렁크엔 쇠파이프와 단단해 보이는 강목들이 가득 실려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엔 두 남자가 앉아있는데, 재운의 두 눈이 이들의 얼굴로 향한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의 옆모습이 살며시 재운의 시선에 들어온다. 재법 큰 이목구비가 느껴지고 턱이 두껍고, 턱수염이 수북하다. 순간 재운이 감고있던 눈을 살며시 뜬다. 그리곤 두 눈을 깜빡거리며 멍하니 방 천장을 응시한다. 아마도 재운은 이들의 얼굴까지 보고싶지는 않았나보다. 그런데 누굴까? 이들이 누구길래 수야는 이들을 재운에게 미리 보여주는 걸까. 마음이 혼란스럽다. 막상 얼굴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눈을 뜨긴 했지만 얼굴을 확인 할 걸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가 쨍쨍한데 잠시 잠깐 눈을 감고 있노라면 비바람이 치는 환상을 보는 재운이고 그 날은 어김없이 갑작스럽게 비바람이 몰아쳤었다. 대리운전을 할때면, 그날 만나게 될 손님들, 특별한 일이 일어날 날이라면 어김없이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모든 미래의 일어날 일을 보는 재운이었고, 그런 그가 보는 내일 일어날 환상과 꿈은 한번도 비껴 가본적이 없기에 지금 본 환상이 재운으로 하여금 근심거리가 되는건 당연한 일이다.   누워있던 재운이 몸을 일으켜 앉는다. 하지만 이럴때면 조금은 답답하다. 그가 보는 미래에 대한 환상과 꿈은, 언제나 돌아서서 생각하게 되곤 했었기 때문이다. 돌아서서 돌이켜보면 그제서야 아… 이거였구나… 였었다. 환상과 꿈이 모두 현실로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니 우산을 준비하라는 힌트와 같은 환상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다가올 미래에 무슨일이 일어날지 쇠파이프와 강목이 가득한 그 차의 주인이 왜 자신과 엮이게 되는지 궁금하고 초조하다.   어느새 저녁이 되어 약속장소로 향하는 재운. 어느새 근심은 사라지고 약속된 즐거운 술자리만 재운의 머릿속에 가득하다. 여전히 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고 있고 재운은 버스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약속된 장소에 다 왔는지 일어서선 버스 출입문 앞으로 다가간다. 버스가 정류장에 다다르자 정류장 옆에 우산을 들고있는 반가운 이가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재운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에게로 다가간다. 그는 늘 재운과 함께 편의점에 앉아 커피를 함께 마시며 일을 시작하고, 이따금씩 재운과 술잔을 기울이며 희노애락을 나누는 호석이다. “재운: 형님!” “호석: 야! 깜짝이야! 나 지금 너한테 전화걸려던 참이잖아.” “재운: 그래요? 왜요?” “호석: 운모형이 너랑 술한잔 하재. 여 뒤에 있어.” “재운: 나 지금 술 약속 있어서 문화동 온건데… 운모형님 전화해서 같이 가면 안되요?” “호석: 그래? 누구 만나는데?” “재운: 호랑이 회장님요.” “호석: 야, 무슨 대리운전 하는 놈들이 회장이야 회장은.” 재운이 웃는다. “재운: 왜요… 다들 그렇게 부르는데 어때요…” “호석: 걔랑 또 누구랑 있는데?” “재운: 아마 채사장님 있을거고, 또 한사람 있다는데 전 몰라요. 같이 갔다가 우리끼리 동네가서 2차해요. 네?” “호석: 야 너 호랑인지 호랭인지 걔는 모르겠는데, 너 채사장인가 뭔가하는 사람하고는 자주 어울리지마.” “재운: 왜요?” “호석: 야 너 형이 관상 잘보는거 모르냐. 나도 호랑인지 호랭인지 그 얘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사람 괜찮다는건 아는데, 옆에 같이 다니는 사람들은 영 아니야. 채사장인지 뭔지 하는 그 사람 인상이 평범한 인상이냐. 재운이 너는 다 좋은데,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 재운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호석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재운: 알았아요. 그럴께요.” “호석: 가… 난 그 사람들이랑은 같이 술 안마실랜다…” “재운: 그럴래요…?” “호석: 그나저나 너 얼마나 있을건데? 일찍 끝나면 우리끼리 2차 가던지?” “재운: 그럴까요? 그럼 무조건 전화할께요.” “호석: 알았어. 운모형이랑 한잔하고 있을테니까 끝나면 전화혀. 어여 가봐…” “재운: 알았어요. 형님 내 전화 받고 움직여요.” “호석: 알았어… 재운이 인사를 나누곤 약속장소로 향한다. XX 감자탕 전문점. 그리고 재운이 약속장소에 들어가자 호랑이 회장이 일어서선 꾸벅 90도로 인사를 하며 재운을 반갑게 맞아준다. 재운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약속장소엔 호랑이 회장과 채사장이라 불리우는 다른 대리운전 기사, 그리고 처음보는 낯선 남자가 먼저와 있다. 채사장이란 사람은 전, 현직 태권도 도장 사범이다. 현재도 자신의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곤 있지만 벌이가 좋지않고 원생이 없어서 대리운전과 또 낯엔 학원버스를 운행하며 제기를 하려 힘쓰는 사람이다. 채사장도 재운을 보곤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호랑이: 사장님, 인사하세요. 이분이 제가 말씀드린 그분! 최고!” “재운: 안녕하세요.” 대리기사 홍사장… 나이는 대략 5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고, 나이를 떠나 눈이 작고, 눈매가 날카롭다. 재운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곤 자리에 앉는 동안에도 이 사람은 재운에게 인사를 건네지도 재운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재운이 왔던 말던, 자리에 앉던 말던, 마치 기선 제압이라도 하려는듯 옆에 앉은 채사장과 자기들만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 모습 만으로도 재운에게 홍사장의 첫인상은 그리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았지만,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호랑이 회장이 분명히 자신의 아버님과 동급이라 소개한 사람이 아닌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재운은 생각하고 있었다. “호랑이: 사장님! 영상 올려 놓으신거 봤습니다! 와! 그 고양이는 언제 찍으신 거예요? 키우는 고양이예요?” “재운: 아니요. 길고양이예요.” “호랑이: 아니 어떻게 길고양이를 다 섭외를 하셨어요. 나는 솔직히 제가 그렇게 멋지게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재운: 회장님이야 늘 좋게 봐주는 거지요. ㅋㅋㅋㅋ.” 술자리는 네사람이 함께하고 있는데, 마치 옆 테이블의 모르는 사람들처럼 재운은 호랑이라 불리우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회장과, 그리고 홍사장이란 사람은 채사장과, 그렇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 그들만의 대화를 이어간다. 재운과 호랑이 회장이 서너번 술잔을 채워주는 동안에도 재운은 이따금씩 앞에 앉아있는 홍사장과 채사장을 신경쓰는 뉘앙스를 풍겼으나 홍사장이란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재운이 빨리 가줬으면 또는 왜 왔느냐고 시위를 하듯 채사장이 앉은 좌석을 향해 몸을 반쯤 틀고 앉아있다. “호랑이: 이 분이 제가 말씀드린 제 아버님과 동급인 분이예요. 원래 젊은 시절엔 전안에서 이 사장님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했던 분이거든요.” “재운: 아 그러세요…” 홍사장이란 사람은, 과거 이 지역에선 제일가는 건달이었단다. 지금도 따르는 동생들이 수백명이 될만큼 말이다. 그러고보니 그렇구나… 이 사람이구나… 이제야 생각이 나나 보다. 그 때가 언제였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재운은 분명 이 사람 홍사장을 본적이 있다. 재운이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콜을 기다리는데 호랑이 회장과 마주친적이 있었다. 그렇게 재운과 호랑이 회장이 우연히 마주쳐 대화를 나누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소형차 한데가 지나가다 서더니 호랑이 회장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곤 호랑이 회장에게 차에 타라고 하고 호랑이 회장은 안탄다고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호랑이 회장은 거절하고 재운과 함께 서선 콜을 기다렸었다. 그때 그 남자였다. 그날 재운과 홍사장이 인사를 나누진 않았지만 재운에게는 기억할만한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재운: 저분은 따님하고 함께 일을 하세요?” “호랑이: 사모님이예요.” “재운: 아… 그래요…” 어림잡아, 많이 보아도 30대가 될까 말까 한,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하고있던 젊은 여성이 적게 보아도 50대 중반을 훌쩍넘은 남자의 아내라는 소리에 재운은 깜짝 놀랐었다. 아 그때 그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아무래도 재운은, 이 홍사장이란 사람을 좋아할 수도 또는 친하게 지낼수도 없을것만 같다. 전직 건달이었음이 자랑인 50대 중후반 남자의 의기양양한 모습도 그렇지만, 지금 재운의 앞에 앉아서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대화란 이런 것이다. 대충 눈치보고 떠봐서, 만만해 보이거나 술에 취해 기억을 못할것 같으면 자신은 사정없이 공갈협박을 한다는, 이런 대화다.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손님에게 말이다. 자신은 운전을 하면서 잡을수 있는 모든 트집을 계산해 둔단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호랑이 회장과 옆에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듣고있는 채사장, 재운을 포함하여, 이들을 훈계하고 핀잔을 주고있다. 그렇게 할 바에야 뭐하러 대리를 하냐고 말이다. 물론, 술자리이기에, 채사장도 호랑이 회장도 농담인듯 받아주고는 있지만, 채사장은 몰라도 호랑이 회장이 어떤 스타일인지 재운은 너무도 잘 않다. 순간 의문이 생겼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람 홍사장이 자신의 아버님과 동급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걸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재운은 어쩐지 이 자리가 서먹하고 낯설고, 괜히 왔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오고 있다. 한편 이시각 주연의 집. 몸이 불편한 할머니가 누워계시고, 주연의 동생 주석은 TV를 보고있다. 아버님은 아직 귀가하지 않으셨나보다. 주연은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고있는데, 그런데 빨래를 하는 주연의 입에서 계속 짜증섞인 말이 튀어나와 누워있는 할머니와 TV를 보는 동생의 귀에 들려온다.   “주연: 야! 이주석!” “주석: 어?” “주연: 너 내가 빨래할거 있으면 방안에 두지말고 빨래통에 넣으라고 했어 안했어.” “주석: 했어…” “주연: 빨래할거 있으면 빨래통에 좀 넣으라고~ 오! 왜 말을 안들어!”   주석은 아무런 댓구도 하지 않으며 그저 묵묵히 TV를 보고있는다. 누워계신 할머니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신다.  주연의 화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들을수 있을만큼 크다. “주연: 빨래통에 안 넣을거면 니가 빨래를 하라고~ 오! 말이 말같이 안들려!” 주연이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며 동생에게 연신 신경질을 내고있다. 쌓인 스트레스를 동생에게 풀고있는 것이다. 하기사 왜 스트레스가 없을까. 이렇게 예쁘고 어린 여자 아이가… 토요일이면 친구들을 만나 놀수도 놀줄도 아는 나이일텐데 주연은 대리운전을 하러 나가지 않은 날에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집안일과 늘 마주해야만 하는 형편이다. 식구들도 이런 주연이기에 주연이 집안 청소나 빨래를 할때면 숨을 죽이고 주연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어느새 XX 감자탕 전문점의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다. 홍사장이란 사람은 재운을 다그치듯 삿대질을 해가며 나무라고 있고, 호랑이 회장과 채사장은 그런 홍사장을 말리며 재운의 편을 들고있다.   “홍사장: 그러니까 대리운전 하는 놈이면 대리운전만 열심히 하면 되는거지, 무슨 어러죽을 영화야 영화는! 네가 무슨 헐리웃에라도 진출할거야? 네가 얘 인생 책임질거야? 왜 네가 여기저기 사람들을 다 들쑤시고 다녀. 왜?” “재운: 초면에 실례가 심하시네요.” “홍사장: 뭐?” “호랑이: 아니 왜 그러세요! 본인이 인사하고 싶다고 해서 불렀더니 사장님이 누구를 들쑤시고 다는다는 거예요!” “채사장: 아니 형님은,, 뭐를 들쑤시고 다녀요…” “홍사장: 너희 둘은 가만히 있어. 초면에 실례가 심하시네? 이놈의 자식이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내가 무슨 실례를 했어? 내가 없는 말 했어?” “재운: 실례가 아니면? 처음보는 사람한테 욕 섞어가며 하는 이 말들이 옳다는 겁니까? 저 아세요? 할 이야기가 있어도 회장님이 하면 되는거죠. 아니면 제가 회장님께 부탁해야 할 일을 당신한테 허락이라도 받고 해야된다는 겁니까?” “호랑이: 아니 진짜 왜 그러세요!” “홍사장: 뭐 당신?” 호랑이 회장이 재운의 팔을 잡으며 자신이 나서려 하는데, 홍사장이 재운에게 삿대질을 하며 호랑이 회장과 채사장에게 말한다. “홍사장: 이런 놈들이 쓸데없이 분위기 망치고 영화네 모네 하면서 잘 사는 사람들까지 망치는거야! 야 너 가! 너 가라!” “호랑이: 아 진짜 오늘 왜 이러실까?” 이런 홍사장을 재운은 그저 빤히 보고있다. “홍사장: 야 가라고 너!” “재운: 전 그만 가는게 좋겠네요.” “채사장: 아이 왜그래…” “재운: 오늘은 이만 갈께요…” 재운이 호랑이 회장과 채사장을 돌아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곤 일어서서 감자탕집을 나서며 계산을 하려한다. “호랑이: 아이,, 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재운: 아니예요. 오늘 제가 산다고 했잖아요.” 재운이 감자탕집을 나오고 호랑이 회장은 재운을 따라 나온다. “호랑이: 사장님, 다음번에 다시한번 술한잔 해요. 원래 저런분 아니예요. 제가 제 아버님과 동급이라고 말씀 드렸죠.” “재운: 네. 들었어요. 나중에 다시 한잔해요. 들어가요.” “호랑이: 오늘 죄송해서 어쩌죠.” “재운: 아니요. 전 괜찮아요. 들어가요.” 재운이 호랑이 회장과 인사를 나눈뒤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난다. 이런 재운을 호랑이 회장은 발을 돌리지 못하고 한참동안 보고있다. 재운의 발걸음이 무겁고 쓸쓸하다. 비마저도 재운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이런 젠장. 우산을 챙겨 나왔어야 했는데 깜빡했다. 한 참을 걷던 재운이 버스정류장에 다가와 의자에 앉는다. ‘뭘 잘못했지 내가… 내가 왜 저런 사람한테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할까…’ 재운의 양 손이 정류장 의자를 꽉 붙잡는다. 그리고 고개를 떨구고는 화나고 상한,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려는듯 긴 숨을 삼킨다. 주연의 집. “주연: 할머니 나 잠깐 바람 쏘이고 올께.” “할머니: 지금 12신데 어딜 바람을 쏘이러가. 깜깜한데…” “주연: 답답해서. 넌 할머니 옆에 있어.” “주석: 어…” 주연이 모자가 달린 집업을 주섬주섬 입고는 집을 나선다. 비가오는데 주연은 우산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입고나온 집업의 모자를 쓴채 이 위험하고 캄캄한 밤길을 홀로 걷기 시작한다. 주연이 비와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다. 할머니와 동생 앞에선 우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으니까. 남들 앞에선 씩씩하고 싶어서 주연은 이처럼 이따금씩 혼자서 쓸쓸히 눈물을 흘리곤 했다. “포카레카레 아나~나 와이오 와이오 푸~휘티 아투 코에 히네~마리노 아나 에~에 히네 에~호키 마이라~카마떼아 하우~이떼아 로하 에~” 주연이 한참을 걸어와 문화동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찾길 건너편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재운이 보인다. 재운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채 그 자리에 앉아있다. 순간 우울했던 주연의 표정이 밝아지고, 주연이 신호를 기다리며 건널목을 건널 차비를 한다. 그녀의 눈은 재운에게로 고정되어있다. 재운이 사라지기라도 할까봐 그녀의 눈은 바쁘게 신호등과 재운, 그리고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한다. 그러더니 신호가 바뀌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뛰기 시작한다. 건널목을 건넌다. “투히투히 타쿠 리타~투쿠 아투 타쿠 리니~키아 키테 토 이위~라루 라루 아나 에~에 히네 에~호키 마이라~카마떼아 하우~이떼아 로하 에~” 재운이 버스정류장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데 그의 어깨너머로 다가오는 주연의 모습이 보이고 주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가와 재운 옆에 살며시 앉는다. 그런데 재운은 주연이 옆에 앉았다는 사실도, 아니면 누군가 자신의 옆에 앉았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나보다. 주연이 살며시 손가락으로 재운의 어깨를 콕 찌른다. “재운: 어?” 재운은 그제서야 주연을 보곤 깜짝 놀란다. 주연은 이런 재운을 보곤 반갑게 그리고 재밌어하며 웃는다. “주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재운: 지금까지 일한거야?” “주연: 아니요. 오늘은 일 안했어요. 그냥 집에 있다가 좀 답답해서 걷고 싶어서 나왔어요.” “재운: 그래…?” 그러고보니 이곳 문화동에서 이 길로 쭉 올라가면 바로 주연의 집이 나오고 곧이어 신비동 번화가가 나온다. 불과 이십여분이 안되는 거리이다. “재운: 왜 캄캄한 밤에 돌아다녀. 위험하게. 우산도 없이…” “주연: 전 안위험해요. 일 하셨어요?” “재운: 아니… 저기, 근처에 호석이 형 술마시고 있다는데… 호석이 아저씨 알지?” “주연: 네. 알아요.” “재운: 같이가서 술 한 잔 하고 갈까?” “주연: 네. 좋아요.” “재운: 그 대신 우리가 너 바래다주고 가는거다.” “주연: 네 그럼 이따 바래다 주세요.” “재운: 가자…” 주연의 씩씩하고 해맑은 미소는 흐트러지고 지친 재운에게 단비가 되어 주었나보다. 주연에게도 재운이 나타났음은 그랬으리라. 주연도 어느새 다시금 씩씩해졌다. 두 사람이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호석이 술 마시고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에 히네 에~호키 마이라~카마떼아 하우~이떼아 로하 에~카마떼아 하우~이떼아 로하 에~” 다음날. 재운이 늦잠을 자고있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몸을 돌려 스마트폰을 잡고 번호를 확인하는데 재운이 아는 번호는 아니다. 일요일 11시에 누굴까.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전화를 받는다.   “재운: 여보세요?” “홍사장: 나 홍이야. 너 어제 나 만났지?” 자다말고 전화를 받은 재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홍사장: 듣고 있어? 이놈의 자식이 건방지게 당신? 너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까불다가 큰일나는 수가있어. 너 앞으로 처신을 어떻게 할거야?”   재운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순간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홍사장이란 사람에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행동을 하지 않았다. “홍사장: 대답을 해봐. 너 앞으로 어떻게 처신 할거야? 당장 정중하게 사과하면 이번일은 없던일로 해줄테니까!” 재운과 홍사장은 어제 처음 인사를 나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짜고짜 욕을 하는가 싶더니 일요일 오전에 전화를 해서는 사과를 하라고 어름장을 놓는다. “재운: 한번 물어보긴 해야겠네. 너같은 인생을 어떻게 자기 아버지와 동급이라 할 수 있는건지. 전직이 건달이셨어? 너희들은 정말 나이를 똥구녕으로 처먹는구나…” “홍사장: 야 이새끼야! 너 말 다했냐? 너 정말 죽고싶어. 나이를 뭐 어떻게… 다시한번 말해봐! 다시 말해봐!” “재운: 야 니 할 수 있는거 다 해봐. 그런데 나한테 전화질은 하지마.” 세찬 욕이 들려오는 전화를 재운이 끊는다. 또다시 기분이 나빠지지만, 동시에 걱정도 생겼다. 홍사장이 과거 유명한 건달이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홍사장에게 욕을 들어야 할 까닭이 재운에게 없었다. 그냥 좋게좋게 끝냈어야 했을까. 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잘못한게 없기 때문이다. 재운이 다시금 시간을 확인한다. 일요일… 어머니는 이미 재단에 가셨을 것이다. 재운도 서둘로 씻고 수야에게 예배를 드릴 것이다. 그날, 수야가 이제 이 재단을 떠나라 했던 그날 이후로, 재운은 늘 혼자서 예배를 드렸다. 홍사장이 방안에 앉아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도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나보다. 자신이 다그치고 화를 내면 자신에게 굽신데고 굽신거려주길 바랬는데, 재운의 행동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이 돌이킬수 없는 일이고 재운 만큼이나 홍사장에게도 자존심이란게 있을 것이다. 이제 홍사장에게도 이대로 없던 일로 덮어버리거나 물러설 상황은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 모두 대리운전을 계속 할 것이라면 길거리에서라도 마주쳐야 하는 상대들 이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홍사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홍사장의 남자1: 아이고 형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홍사장: 음. 자넨 어때?” “홍사장의 남자1: 그냥 그렇죠 뭐…” “홍사장: 너 내 부탁하나 들어줘야겠다.” “홍사장의 남자1: 말씀하세요.” “홍사장: 어떤놈 하나 손 좀 봐줘야겠는데…” “홍사장의 남자1: 뭐하는 사람인데요?” “홍사장: 별볼일 없는 놈이고, 대리운전하는 놈이야. 이새끼 다리 몽둥이 하나만 부려뜨려.” “홍사장의 남자1: 대리운전 하는 사람을 왜요?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죠. 뒤 탈 날 일은 없는 거예요?” “홍사장: 자세한건 나중에 만나서 알려줄테니까 일단 받아 적어봐.” “홍사장의 남자1: 예. 잠시만요…” 홍사장이 화를 억누르며 숨을 들이킨다. 그리곤 수화기넘어 남자를 기다린다…어느새 밤 9시가 넘었다. 재운의 어머니는 저녁식사를 하시곤 다시금 재단엘 가셨고 재운의 강아지 둘라는 재운 옆에 바싹 달라붙어있고, 재운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있다. 그런데 대리운전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따르릉. 따르릉. “재운: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네. 저 오늘은 일 안하려고요.” “사무실: 손님이 기사님을 찾아서요. 지난번에 기사님이 운전을 너무 잘해 주셨데요. 손님이 배반에 계시다고 하셔서 제가 기사님한테 전화드리겠다고 했거든요. 좀 안될까요?” “재운: 음… 어디까지 가시는지는 모르시고요?” “사무실: 네. 시내라고 하셨으니까 장거리는 아닐거예요. 제가, 손님한테 다시 전화드려서 오늘 일 안하시려고 했는데 가시는거라고 차비좀 넉넉히 주시라고 얘기해 볼께요.” “재운: 네. 알겠습니다. 전화번호랑 위치 문자로 보내주세요.” 재운이 다급히 집을 나와 손님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홍사장의 남자1: 그러니까 너희는 갸를 내 차를 지나쳐서 여기에 내려놓고 그냥 가라고.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어. 그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끝내는 남자는 턱선이 굵고 수염이 수북히 턱을 감싸고 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데도 제법 체격이 큰 사람임을 느낄수 있다. 차 안엔 3명의 남자가 앉아있다. “홍사장의 남자2: 무슨 잘못을 했길래 대리운전하는 얘 다리를 부러뜨려 오라는 거예요? 뭔 일인질 모르니까 좀 그러네…”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물었다. “홍사장의 남자1: 모르지 뭐… 나중에 만나서 말해준다니까…” “홍사장의 남자3: 집이 잘 사나?”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다시 물었다. “홍사장의 남자2: 집이 잘사는데 왜 대리운전을 해?”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가 한숨섞인 대답을 한다. “홍사장의 남자1: 나도 사실 이런애들 건드리는건 내키지는 않는데… 이 형님 부탁이니까 한번 들어줘야돼…” 차 안 세 남자는 각기 다른 표정, 다른 시선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정면을,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캄캄한 숲속을, 그리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을 그저 말없이 주시한다. 세 사람은 이따금씩 아주 느리고 깊게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어느새 재운이 기다리는 손님의 차로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마치 방금전에 세차를 한것처럼 광택이 나는 은색 재규어의 깜빡이가 깜빡거리고 있다. 똑똑똑. “재운: 대리기사 부르셨죠?” “홍사장의 남자4: 네. 타세요.” 건장한 체구에 깔끔한 양복을 입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두 남자가 재운을 반갑게 맞아준다. “홍사장의 남자4: 뛰어 오셨나보네… 시간 괜찮은데…” 그러더니 뒷좌석에 앉아 재운을 기다린 남자가 덥썩 20만원을 건네준다. 재운이 놀란다. “재운: 아니, 이건 너무 많은데요.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홍사장의 남자4: 태약산이요.” “재운: 아… 그래도 이건 너무 많아요.” “홍사장의 남자4: 아니, 너어두세요. 오늘 원래 일도 안하시려고 했는데 저희 때문에 일부러 나오셨다면서요.” “홍사장의 남자5: 너어 두세요. 허허허.” 돈을 돌려주려는 재운의 손을 뿌리치며 두 남자가 고맙다는 표현을, 그리고 정중하게 감사의 표시를 한다. 재운은 하는수없이 돈을 챙겨넣고는 시동을 건다. 그런데 태약산… 태약산은 양성이란 도시와 전안의 경계에 있는, 말이 전안이지 들어가면 나올 방법이 없는, 산으로 둘러쌓여있는 곳이다. 그곳에 인기척이 있는 곳이라곤 군부대와 안암대학이라는 달랑 건물 세 동이 묶여져 있는 작은 농업학교가 전부다. 태약산은 그나마 인기척이 있을법한 이 두곳을 훌쩍 지나쳐 가야만 한다. 재운은 꼭 한 번 태약산 휴향림이란 곳을 갔었는데 휴향림이란 곳조차 불이 전부 꺼져있고 공사도 끝나지 않은, 텅 빈 곳이었다. 그날 손님이 이제 되었다고 해서 차에서 내려 혼자 안암대학까지 4시간을 걸어 나와야 했었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안암대학 건물의 문이 열려있어서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건물 내 자판기에서 커피도 뽑아 마시며 이른 아침 버스가 오기를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재운은 운전대를 잡았고 차는 출발을 한다. 같은 시간. 태약산에서 재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황토색 카렌스 6138. 차 안 세 남자는 여전히 각자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앉아있다. “홍사장의 남자3: 근데, 다리를 뭐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절단을 내라는 거예요?” “홍사장의 남자2: 다리를 절단을 낼거면 깔끔하게 죽이고 가야지. 그냥 다리를 부러뜨리라는 거지. 그렇죠?” “홍사장의 남자1: 그렇지…” 차 안 세 남자는 각기 다른 표정, 다른 시선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정면을, 조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캄캄한 숲속을, 그리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을 그저 말없이 주시한다. 세 사람은 이따금씩 아주 느리고 깊게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어느새 재운이 몰고있는 차는 40여분을 달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처음의 그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각자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두 남자는 40여분 동안 한마디도 하질 않았다. 친구인것 같은 두 남자가 재운 때문에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는건 아닐것이다. 재운이 이따금씩 백미러로 두 남자를 보다가 두 남자의 시선이 재운에게로 향할것 같은 느낌이 들면 재빨리 백미러에서 눈을 때고, 슬쩍슬쩍 재운을 돌아보며 재운의 눈치를 살피는 두 남자도 왠지 재운이 백미러를 볼 것 같은 인기척이 느껴지면 재빨리 고개를 차 창 밖으로 돌린다. 세 남자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것처럼 말이다. 재운이 점점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자신을 지명해서 부른 사람이라면 재운의 머릿속에도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도무지 두 사람을 만났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더군다나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는데 태약산이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수록 두 사람이 술을 마신것 같지도, 술냄새가 나지도 않는다. 재운이 예민해 져서 드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재운: 근데, 제가 언제 모셔다 드렸었지요? 아무리 생각을 해도 기억이 나질 않아서요.” “홍사장의 남자5: 우리가 사장님을 언제 봤었지?” 뒷좌석 왼쪽에 앉아있는 남자가 오른쪽에 앉아있는 남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재운: 그때도 두 분이 함께 계셨었나요?” “홍사장의 남자4: 음… 우리 둘이 같이 있었지…” 이번엔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있는 남자가 왼쪽에 앉아있는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재운은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두 남자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사장의 남자4: 우리가 사장님을 염지에서 만나지 않았었나?” “홍사장의 남자5: 아마 염지에 고기먹으로 간 날이었을거야…” 뒷좌석 두 남자가 서로를 보며 말했다. “재운: 아… 염지구나…” 재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재운을 살펴보는 뒷좌석 두 남자의 눈매가 매섭다. 처음 재운이 차에 올라탈때와는 너무도 다른 눈빛이다. 재운이 침을 꼴깍삼킨다. 그리고 재운의 표정이 조금씩 조금씩 굳어지며 재운도 뭔가 생각이 많아지는듯 눈을 깜빡거린다. 염지… 염지는 전안의 아주 외각에 자리하고 있는 마을로, 소 도축장들이 모여 있어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가는 동네다. 그런데 재운은 염지를 알고는 있지만 염지를 가본적이 없다. “재운: 난 염지를 가본적이 없는데… 저 두 사람은 내가 대리운전을 하다가 만난 사람이 아니네… 어떻게 날 알고 나를 지목했을까…?” 또다시 차 안엔 아무런 대화가 없다. 잠시후,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데 담배각안에 담배가 다 떨어졌다. “홍사장의 남자4: 담배 한대만 줘… 저기 사장님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재운: 그럼요. 그렇게 하세요…” 재운은 창문까지 손 수 열어준다. “홍사장의 남자5: 나도 담배가 다 떨어졌네.” “홍사장의 남자4: 그래?” “홍사장의 남자5: 담배 하나 사지 뭐.” “홍사장의 남자4: 그래. 저기 사장님, 죄송한데 가다가 편의점 나오면 잠깐만 들렸다 가시지요.” “재운: 네. 그렇게 하시죠.” 재운 만큼이나 뒷좌석 두 남자도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리기위해 납치 아닌 납치를 하는 일인데 왜 안그렇겠나.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편의점이 나오길 기다리는 뒷좌석 두 남자가 오히려 재운보다 더욱 긴장한 눈치다. 어쩌면, 재운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차는 군부대 하나를 지났다. 이후로 인기척이 느껴질법한 곳은 안암대학이 유일하다. 편의점이 있을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홍사장의 남자5: 그냥 가자. 형님이 담배 있겠지 뭐.”   순간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있던 남자가 깜짝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본다. 그리곤 재빨리 재운의 눈치를 살핀다. 재운은 침을 꼴깍삼킨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마치 미소를 머금고 있는듯 평온해 보인다. 뒷좌석 두 남자가 서로를 빤히 쳐다본다. 뭔가 실수를 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침을 꼴깍삼키며 각자 차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뒷좌석 두 남자. 재운은 여전히 평온하게 차를 몰고있다. 하지만 연신 침을 꼴깍삼킨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기라도 할까봐 사실은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어느새부터 인가 말도 아끼고 있는 재운이다. 그저 미소를 머금은채 아무런 말도, 아무런 질문도 하질 않고 있다. 편의점이 보이질 않는데 편의점을 찾으러 갈거냐는 질문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있다. 그리고…저만치 안암대학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 개의 건물이 연결되어있는 작은 대학의 건물에 틈틈히 불이 켜져있다. 재운은 다시한번 침을 꼴깍삼키며 눈을 깜빡거린다. 뒷좌석 두 남자는 각자 차 창 밖을 보고있을 뿐이다. 그렇게 고요하게 내달리는 차. 그런데 운전대를 잡고있는 재운이 안암대학 정문이 다가오자 달리던 차의 속도를 순간 줄이더니 깜빡이를 켜고 안암대학 안으로 좌회전을 하는 것이 아닌가. “홍사장의 남자4: 아니 여긴 왜 들어가요. 그냥 곧장 가면 되는데. 차 돌려요.” “재운: 잠시만요. 제가 좀 급해서요…” “홍사장의 남자5: 아이 참. 조금만 가면 되는데 좀 참아봐요.” “홍사장의 남자4: 차 돌려 이 양반아!”뒷좌석 왼쪽에 앉아있는 남자가 이젠 대놓고 재운을 다그치듯 조금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가지는 분명해진 것이다. 이 두사람은 의도적으로 재운을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는 것이다. “홍사장의 남자4: 차 돌리라니까. 그냥 가자고.” “재운: 잠시만요.” 재운은 여전히 친절하고 침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이미 차가 안암대학이라는 공간안으로 들어와 버렸기 때문일까. 뒷좌석 두 남자는 이런 재운을 더는 다그치지 못하지만 마치 욕이 튀어나올것 같은 표정으로 재운을 쏘아본다. 재운이 차를 주차장도 아닌 안암대학 건물 바로 앞에 세우더니 안전벨트를 푼다. 그러면서 뒷좌석 두남자를 돌아보며 여전히 친절하고 침참하게 말한다.   “재운: 금방 나올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홍사장의 남자4: 아저씨. 3분이상 걸리면 안돼요. 우리 시간 없어.” “재운: 네. 금방 올께요…” 재운이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쾅 닫더니 안암대학 건물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순간 재운의 귓볼에서 땀 한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문이 잠겨있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설마, 문이 잠겨있진 않겠지. 안암대학 건물의 커다란 정문을 힘차게 밀어본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재운이 다급한 걸음으로 안암대학 건물 문을 힘차게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사라진다. 얼마나 급한지 너무나 다급하게 차에서 내리는 재운을 뒷좌석 두 남자는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홍사장의 남자5: 내가 따라갔다 와야겠다.” 뒷좌석 왼쪽에 앉아있던 남자가 차에서 내려 안암대학 건물안으로 재운을 따라 들어간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자 중앙에 넓은 계단이 있고, 그 뒤로 세 갈래로 갈려지는 복도가 보인다. 남자가 복도앞으로 다가가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다. 남자가 화장실로 들어간다. “홍사장의 남자5: 기사님! 기사님!” 화장실엔 재운은 없다. 쾅! 순간 건물 어디선가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화장실에서 나가 중앙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본다. 역시 복도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고 남자가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본다. “홍사장의 남자5: 기사님! 기사님!” 남자가 화장실 안 좌변기가 있는 문을 일일이 열어보지만 재운은 없다. “홍사장의 남자5: 아 이런 씨…” 재운이 조심스럽게 불꺼진 복도를 걷고있다. 순간, 쾅! “재운: 헉!” 재운이 깜짝놀라 등 뒤를 돌아본다. 재운의 등 뒤 어디선가 철문이 세차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재운이 잠시 주춤하며 복도 끝 계단을 주시하더니 다시 복도를 걷기 시작한다. 조심스럽지만 다급하다. 그 두 남자를 이곳에서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일 것이다. 연신 자신의 등 뒤를 돌아보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던 반대편 건물로 가고있다. 안암대학은 달랑 건물 세 동 뿐인 작은 대학이지만 각각의 건물 크기는 작지 않다. 더군다나 건물 세 동이 마치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연결된 복도 또한 건물 끝에서 끝까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재운이 건물 끝자락까지 왔는데 다른 건물로 넘어갈 길이 없다. 재운이 복도 끝으로 다가가 창문밖을 유심히 살펴본다. 자신이 서있는 3층 복도엔 다른 건물로 연결된 길이 없지만 4층엔 옆 건물로 연결된 통로, 복도가 있음이 보인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보니 각 층마다 다른 건물로 갈 수 있는 복도가 연결된 층은 2층과 4층에 각각 두군데가 있음을 보게되었다. 적어도 첫번째 건물과 두번째 건물의 연결통로는 그렇다. 순간 재운이 숨을 멈추듯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금 등 뒤를 휙 돌아본다. 불꺼진 복도엔 아무도 없는데, 그런데 재운은 뭔가 발자국소리 같은것을 들었나보다. 재운이 찬찬히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을 꺼버린다. 그리곤 계단을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재운을 쫓아 건물안으로 들어온 남자가 복도에 서서는 전화를 걸고있다. “홍사장의 남자5: 야 이새끼 없는데. 어. 화장실을 어떻게 다 들어가봐. 여기 화장실이 몇갠지도 모르겠는데. 복도가 너무 많아. 어. 어… 눈치 깐거 같은데… 어떻게 눈치챘지?” “홍사장의 남자4: 알았어. 잠깐 있어봐.”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있는 남자가 전화를 끊고는 곧바로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홍사장의 남자4: 형님 문제가 좀 생겼는데…” 카렌스 6138. 스마트폰을 들고있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의 표정이 심각하다. “홍사장의 남자1: 아니 그러니까. 어쩔수 없었다는건 알겠는데, 거기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눈치 깠다면서. 대학교면 CCTV도 다 있고 할텐데 거기서 갸를 찾는다고 갸가 따라 오겠어. 질질 끌고 올래? 대리운전 사무실에도 너희들 기록 다 남아있을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냥 손때고 너희는 빨리 빠져나오라고.” “홍사장의 남자2: 어떻게 눈치를 깠다는 거야?”차 안 보조석에 앉아있는 남자도,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도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주시하며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재운을 쫓아 건물로 들어온 남자는 계속 재운을 찾으며 복도를 배외하고 있다. 재운도 계속 이 남자를 피해 움직이고 있는데, 지금 자신이 서있는 곳이 어딘지도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저 세번째 건물까지 왔다는 것만 알고있다. 재운이 한 층을 내려와 계단 옆 화장실 손잡이를 돌리는데, 그런데 이 화장실은 문이 잠겨있는 것이 아닌가. 따르릉. 따르릉. 순간 위 층 어딘가에서 스마트폰 벨소르가 들린다. 따르릉. 따르릉. 재운이 침을 꼴깍 삼키며 조금 불쑥 튀어나와있는 저만치 보이는 모퉁이로 숨을 죽이고 다가간다. 모퉁이에 몸을 숨겨보려 하는 것이다.   “홍사장의 남자5: 그럼 그냥 가자고?” “홍사장의 남자4: 야, 여기 대학이야. CCTV 다 있을거고 생각해보니까 내 차 들어오는것도 다 찍혔을텐데 강제로 끌고 갈래. 걔가 끌려가겠어? 내 전화번호도 대리운전 사무실이 다 가지고 있을텐데. 어? 그러니까 형님이 우리는 손때고 일단 빨리 빠져 나오래. 빨리 나와라. 빨리 떠야된다.” “홍사장의 남자5: 알았어.” 남자가 전화를 끊더니 바삐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는 재운의 귓가를 구두발자국소리가 때리기 시작한다. 딱. 딱. 딱. 딱. 딱. 딱. 구두발자굴소리는 몹시 다급하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바로 계단 옆에 살짝 튀어나와 있는 그 벽을 지나치며 구두발자국 소리가 1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재운이 어금니를 꽉 깨문다. 두렵고 떨리지만 이런 상황에 내몰린것이 화도 나는듯 그는 거친 숨을 아주 조심스럽게 내뱉는다. 재운을 뒤쫓아 건물로 들어갔던 남자가 건물밖으로 나와 차로 다가오고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있던 남자는 이미 운전대를 잡고있다. 그는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 후 전화를 끊는듯한 모습이다. 건물에서 나온 남자가 조수석으로 와 차에 올라탄다.   “홍사장의 남자5: 형님이야?” “홍사장의 남자4: 야 이새끼 장난 아니네. 혹시나 말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전화기 꺼놨네… 일단 가자.” “홍사장의 남자4: 아 여길 못들어오게 했어야 되는건데…” 두 남자가 시동을 걸곤 곧장 안암대학을 빠져나간다. 재운이 다시 세번째 건물 5층 두번째 화장실안 창가 앞에 서선 창밖을 보고있다. 몰고온 차가 서있던 자리에선 보이지 않는, 그러니까 정문을 기준으로 건물 우측에 있는 화장실이다. 저만치 도로에 차가 지나갈때마다 자신의 모습이 보일까봐 창가에서 한걸음 물러서며 자신의 몸을 그림자에 숨기기라도 하려는듯 초조해하고 있음이 보여진다. 그리고, 또 한 대의 차가 도로를 지나치는데 재운의 시선이 그 차를 따라 돌아간다. 이 근방에서 은색의 재규어는 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 이곳을 떠났나보다. 재운이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을 켠다. 그리고 매너콜이 한 통 와 있음을 확인한다. 그들이 떠난것이 분명해 보인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 1시를 향해 가고있다. 아침이 될때까지 이곳에 계속 있어야 할까. 아침이 되어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그들을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하나. 어두움이 짖게 내려앉은 지금 이 건물을 나서는데, 그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떠났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이 화장실에서 나가는 순간 마주치기라도 할까봐 떨리고 겁이난다. 다시 나가기가 겂이 난다. 어찌 해야할까… 한참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재운은 화장실 안 창가에 서있다. 많이 지치고 힘들어 보이지만 눈을 깜빡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 아직도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나보다. 잠시후, 따르릉. 따르릉. 재운이 스마트폰에 찍히는 전화번호를 잠시 응시하다가 전화를 받는데, 그런데 재운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택시기사: 여보세요? 여보세요? 택신데요? 택시 부르셨어요? 여보세요?” “재운: 여보세요? 오셨나요?” “택시기사: 네. 안암대학 정문에 도착했는데요.” “재운: 네. 대학교 건물앞에 오신것 맞으시죠?” “택시기사: 네. 건물 바로 앞에 있어요.” “재운: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내려갈께요.” 반갑고, 반가워서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와 몸동작 이지만 동시에 누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다. 재운이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화장실문을 연다. 삐그덕. 그리곤 고개를 내밀며 복도를 두리번거리더니 화장실을 빠져나간다.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리며 첫번째 건물로 향하는 내내 재운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있다. 침을 꼴깍삼킨다. 재운이 첫번째 건물로 와 계속 복도를 걷다가 곧장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정문으로 향하는 계단 옆 복도의 첫번째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창문 앞으로 다가가 건물 현관을 내려다본다. 건물 앞엔 택시 한대가 서있다. 재운이 택시가 온 것을 확인하고는 화장실에서 나가 발자국소리는 들리지않게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다급히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계단위를 돌아보고, 한 층을 지날때마다 복도 앞에서 조심스러워하는 재운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불안하고 또 지쳐있는지 느낄수 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재운의 시선은 차 창 밖으로 향해있다. 두려움도 잊은채 지쳐보이는 재운이 입술을 굳게 다물곤 하염없이 어두움을 묵도한다. 흠… 흠… 흠… 그리고… 계속해서 얕은 호흡소리를 내뱉는다…   “재운: 사장님… 괜찮으시면 쌍연동 쪽으로 거쳐서 가 주실수 있으실까요?” “택시기사: 네 그러시죠. 학생이세요?” “재운: 아니예요.” “택시기사: 쌍연동은 왜요? 한참 돌아가는건데…” “재운: 거기 과일가게는 이시간까지 하는것 같아서요. 엄마 과일좀 사다 드릴려구요…” “택시기사: 아 그러시구나… 알겠습니다…” 어머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데, 재운은 어머니가 걱정이 되었나보다… 어느새 쌍연동에 도착한 택시는 재운이 잘 아는 과일가게 앞에 서있고, 택시기사는 운전석에 앉아 과일을 사는 재운을 보고있다. 재운이 어머니께 드릴 과일과 또 다른 과일봉지를 들고 택시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뒷좌석에 과일봉지 하나를 내려놓는다. “재운: 사장님… 이거 별거 아니지만… 출출할때 드세요…” “택시기사: 아이 뭘 제 것 까지 사셨어요… 아이 참… 감사합니다…” “재운: 아닙니다… 그리고 택시는 재운의 집으로 향한다…” “재운: 사장님… 이따가 집에 도착하면, 골목이 좀 비좁아도 차는 충분히 빠져나갈수 있는 골목이거든요…” “택시기사: 네…” “재운: 괜찮으시면 집 앞까지 좀 부탁드릴수 있을까요?” “택시기사: 네. 그렇게 해 드릴께요.” “재운: 감사합니다…” 재운의 고개가 다시금 차창밖으로 향한다. 재운도 느끼고 있나보다. 어쩌면 이제, 대리운전을 더이상 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토록 좋아하던 겨울의 차가운 밤 공기도 쏘일수 없을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밤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자판기 커피를 마실수도 없을줄을, 그리고…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희노애락을 느낄수 없을것을… 그는 이미 느끼고 있다… 그는 알고 있다… 대리기사 홍사장이란 사람과의 이 인연이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 등장인물 ] 수야. 아일랜드의 창조자. 궁사. 수야의 몸종들. 사천. 수야의 심부름꾼. 재운. 지나. 주연.홍사장. 박영보. [ 목차 ] 제1장. 꿈.[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1화 살자(自殺).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2화 대리운전.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3화 재단(齋壇).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4화 카페 꿈.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5화 시련(試鍊)의 시작.    제2장.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 [창작소설]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제3장. 위대한 거짓. 제4장. 저주받은 가족사. 제5장. 어떤 창녀 이야기. 제6장. 지나의 죽음. 제7장. 사라진 꿈.저주받은 가족사.  -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