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3화 재단(齋壇).

저벅, 저벅, 저벅. 재운의 발걸음이 보인다. 그의 발걸음은 풀밭의 무성이 자란 풀들을 헤치며 슥삭, 슥삭 소리를 내고, 이른 새벽 물안개가 자욱히 피어올라 주변은 온통 뿌옇다. 무성히 자란 풀들과 오래된 고목나무가 뿌연 물안개에 감춰진 풍경이 마치 오래된 동화속 이야기를 연상케 하고,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까마귀의 울음소리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몇번씩이나 하늘을 두리번 거리는 그의 표정에서 재운이 몹시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그의 한걸음 한걸음은 마치 이 무성한 풀밭속에 늪이라도 숨겨져 있어서 발을 잘못 듸디면 빠져버리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저많지, 단층으로 지어진 낡고 허름한 오래된 폐교가 보인다. 재운은 이 폐교를 향해 가고있는 것이다. 내키지 않는 표정이지만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그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폐교를 향한다. 폐교의 외벽은 짙게 내려앉은 곰팡이 덕분에 마치 건물이 병에 걸린것 같아 보이고, 음산하다…  어느새 건물 앞에 도착한 재운이 삐걱거리는 미닫이로 된 폐교의 오래된 철문을 연다. 삐걱 삐걱. 그리곤 조심스럽게 폐교 안으로 한 걸음을 옮긴다. 단층으로 된 폐교의 복도엔 마주보고 있는 교실이 양쪽으로 각각 네 개가 있고, 교실의 문이 없는건지 아니면 누군가 활짝 열어둔 것인지 모두 열려있다. 그리고 저만치 복도끝엔 폐교 바깥으로 나갈수 있는 다른 철문이 굳게 닫혀있다. 찬장에 매달려있는 형광등은 모두 꺼져있고 안개가 자욱한 새벽의 공기가 폐교 안 공기마저 더욱 차갑게 한다. 저벅, 저벅, 저벅. 오래된 버려진 폐교의 낡은 나무 바닥의 삐그덕대는 소리 만큼이나 재운의 발자국은 조심스럽다. 그리고 잠시후, 문이 없거나 또는 누군가 문을 열어놔 복도가 훤히 보이는 첫번째 교실 안에서, 조심스럽게 다가와 얼굴을 들어내며 교실안을 살펴보려는 재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재운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휘둥그레진다. 재운의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느낌이다. 교실 안엔 한 남자가 쇠사슬에 묶인채 의자에 앉아서는 교실 앞에 서는 재운을 빤히 쳐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머금는다. 자신을 쳐다보며 슬픈 미소를 머금어 보이는 쇠사슬에 묶여있는 이 남자… 재운이 몸 담았던 재단의 선각자 김영호다. 선각자 김영호의 미소… 마치 재운에게 자신을 좀 풀어달라고 애원하듯 아니면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애처로워 하듯 웃고있지만 슬프게 울고 있는듯 보인다. 그리고 선각자 김영호 옆엔 십여명 남찟의 여자들이 쇠사슬에 묶인채 앉아있는 김영호를 애워싸고 있다. 50대에서 10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재운이 아는 여성들로 역시 재운이 몸 담았던 재단의 여성들이다. 김혜인, 조은혜, 김광선, 장화연…  뚜벅, 뚜벅, 뚜벅, 누군가 재운에게 다가오고 있는데 놀란 재운의 두 눈은 교실안에 고정되어 있다. 교실안, 선각자 김영호를 애워싸고 있는 여성들도 재운을 빤히 쳐다보고 있고, 이 여성들도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그윽하다. 이들에게서 이런 표정이 나올것이라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재운이다. 그녀들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손은 선각자 김영호의 머리를 쓰다듬고, 김영호의 와이셔츠안에 손을 짚어넣고 그의 몸을 더듬는가 하면 허벅지를 어루만지는 등 김영호를 칭칭 감은채 그에게서 떨어질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순간 누군가 재운의 팔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헉!” 재운이 깜짝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선각자 김영호의 부인 백영하가 재운의 팔을 쓰다듬으며 날카로운 눈과 검고 짙은 입술로 재운을 꽉 붙잡듯 재운의 팔을 잡아끊다.  “올 줄 알았어요. 이쪽으로 와요.” 재운은 발을 때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만 재운의 팔을 쓰다듬듯 어루만지던 백영하의 손은 이내 재운을 놓아주지 않을것처럼 꽉 깨물고는 재운을 폐교 바깥 마당으로 이끌려한다. 재운은 무거운 마음으로 여자들에게 칭칭 감겨있는 김영호를 뒤로한채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백영하에게 이끌려 한발, 한발, 발을 때 백영하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말끔하고 깨끗하게 올림 머리를 하고, 입술엔 검은 립스틱을 짙게 발랐고 손가락 끝 손톱은 날카로워 보이며 손엔 역시 그 끝이 날카로운 꼬챙이 처럼 생긴 곰방대를 들고있다. 곰방대에선 연신 붉은 연기가 흘러나온다. 오래되어 썩은 폐교의 나무로 된 복도는 두 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삐걱거리고 문이 열려있는 모든 교실안에선 누군가 훅 하고 튀어나와 재운을 삼키기라도 할 것 처럼 알 수 없는 음산한 소리가 맴돈다. 어쩌면 긴장한 재운의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소리일지도 모를일이다. 재운은 교실을 지나칠때마다 문이 열려있는 교실안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이상하다. 창문이 없는것도 아닌데 너무 어두워 쇠사슬에 묶인채 앉아선 여자들에게 칭칭 감겨있는 김영호가 있던 그 교실을 제외하곤 다른 모든 교실은 그저 캄캄한 어둠일 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어느새 복도 끝이 가까워지자 또 다른 사람들의 웅성 거림이 느껴진다. 재운이 백영하를 쫓아 복도끝 폐교의 좌측 문을 따라 나간다.  폐교를 빠져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백영하를 따라 폐교에서 나오는 재운을 돌아본다. 모두가 재운이 몸 담았던 재단의 여자들이다. 그들의 등 뒤쪽엔 커다란 돌 두덩어리가 가지런히 쌓여있고 위에 올려져있는 돌 덩어리 위엔 향이 피워져있다. 돌 옆엔 한 여자가 돌을 지키듯 서선 고개를 반쯤 숙인채 웃고있는데 박 신이란 여자다. 이 여자는 재단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경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그녀가 짓고있는 표정은, 뭐랄까… 마치 자신들이 쌓아올린 저 돌을 향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표정이다. 뭐랄까… 마치 자신들이 쌓아올린 저 돌은 누구도 허물수 없다는 그녀의 믿음이 엿보이는 표정이다. 재운이 백영하를 따라 그녀들이 쌓아올린 두 돌 앞으로 가니 폐교에서 나오는 재운을 빤히 쳐다보던 사람들은 마치 백영하의 발걸음을 위해 길을 만들어주듯 옆으로 비켜서고 아무도 백영하의 앞을 막지 않는다. 백영하는 재운이 달아나기라도 할까봐 그의 팔을 꽉 문채 놓지 않고 재운을 자신들이 쌓아올린 두 둘, 그들의 우상 앞으로 데려간다. 두 돌 앞으로 다가가자 박 신이란 여자 등 뒤로 작은 연못이 보이고, 그 연못 건너편에 호조연이란 여자가 서있다. 호조연… 얼굴이 아주 창백해 보이는 호조연은 그 눈 빛 많으로도 몹시 화가 나 있음을 짐작케한다. 무엇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쩌면 이들이 쌓아올린 이 우상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호조연은 연못 반대편에 있는 우리에게서 그 화나고 충혈된 눈동자를 때지 않으면서도 손에 들고있는 노트에 계속해서 뭔가를 적고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호조연이 연못 반대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인지 아무도 호조연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호조연은 같은 재단에 몸담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찾아다니는게 일인 여자였으며, 그 단점을 찾아내 자신 앞에 누군가를 굴복시켜 다시는 자신의 말에 토를 달지 못하게 하는 여자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은 가장 올바르며 정의롭고 가장 재단을 위해 힘쓰는 여자였다. 재운의 눈에 비춰진 호조연은 가장 교만하고 가장 오만한 여자였다. 재운이 이런 호조연을 멍하니 보고있다. 5년전 서삭수련원. “형?” “응…” “선각자님이 오늘 집회 설교말씀 녹음 좀 하라고 하시는데 어떡하죠?”“녹음기 안가져왔는데…?” “저도 없는데… 어떡하죠?” 재운이 몸 담았던 재단은 서삭에 수련원이 있었고, 이곳에서 매 해 성도들의 수련회가 있었다. 재운이 수련원 예배당 2층에 앉아있는데 함께 재단에 몸담고 있는 후배가 선각자께서 수련회에 참석하지 못한 성도들이 설교를 듣고 싶어하니 녹음을 하라고 했단다. 녹음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두 사람이 예배당 2층에 앉아 고민을 하는데 마침 재운의 눈에 1층에서 녹음기를 들고 돌아다니는 호조연이 보인다. “호 집사님한테 녹음 좀 해달라고 하면 되겠네.” “말씀 드리고 올까요?” “내가 갈께.” 재운이 일어서선 예배당 1층으로 내려가고, 재운이 호조연에게 다가가 상황설명을 하는 모습을 재운의 후배는 2층에서 지켜본다. “그러면 재운이가 해. 재운 선생님이 해서 보내주는게 낫지.” “그럼 제가 수련회 끝나고 다음주에 드려도 되요.” “응. 괜찮아. 그리고 나한테도 따로 파일 좀 보내줘.” “네. 알겠습니다.”  재운이 호조연의 녹음기를 빌려 다시 예배당 2층으로 향한다. 마침 호조연은 늘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선각자 김영호의 설교를 스스로 녹음을 하던 성도였다. 하지만 녹음기를 빌려 돌아서는 즉시부터 재운의 표정에선 호조연에게 녹음기를 빌린것을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예배당 2층으로 돌아온 재운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형 녹음기 마이크에 연결할까요?” “어…”  재운은 예배당 1층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또 다른 성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호조연을 빤히 본다. 재운도, 자신이 호조연을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이유가 없는것도 아니다. 한번은 청년회 봉사활동에 참여한 호조연이 재운을 붙잡고 청년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모두 거론하며 비판한 적이 있었다. 물론 호조연은 재운의 어머니와 각별한 사이기에 재운을 붙잡고 비판했다는 사실을 재운도 잘 알고있다. 마음같아선,  “남 허물 들추며 비판하지 마시고 저기 서있는 당신 자식들좀 보소서. 이런 봉사를 안해봐서 그렇겠죠. 집사님 자식들이 약해서 그런거죠? 다 약하답니다.”  하며 비판을 끊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또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재운의 마음속 한 구석엔 어머니께서 호조연과 가깝게 지내시는덴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머니께서 호조연과 가깝게 지내시는것이 뭔가 신경이 쓰인다. 어쨌든 호조연의 녹음기 덕분에 수련회 내내 모든 설교를 녹음할 수 있었고, 재운은 녹음된 설교를 수련회에 참석하지 못한 성도들에게 보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1주일 뒤, 재운이 어머니를 모시고 재단에 와선 제일 먼저 호조연을 찾는다. 그리곤 호조연에게 빌린 녹음기를 돌려주었다.  “감사해요. 잘 썻어요.” “아니 근데,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게 녹음을 해? 난 아무리해도 그렇게 안돼…” “아…”  호조연이 녹음기를 자신의 가방에 바로 넣는다. 그리고는 재운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건네고, 재운도 웃는 낯으로 이런 호조연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고 호조연의 옷에 달라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때어내 주는등 어머니와 각별한 분에 대한 배려를 한다.  “예. 알았어요. 제가 한 번 말해볼께요.” “재운이가 꼭 한 번 이야기 좀 해. 재운이 말은 듣잖아.” “네. ”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 예배당으로 들어갔고, 예배가 모두 끝이났다. 성도들이 저마다 다른 성도들과 인사를 나누며 재단을 빠져나오고 재운도 성도들과 인사를 나눈뒤 어머니와 차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어머니가 조수석에 앉으시고 재운이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호조연이 큰소리로 재운을 부른다. 재운이 자신을 부르는 호조연을 돌아봤을때 호조연이 옆에 있던 다른 성도들을 붙잡고 재운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재운이 호조연에게 돌아가본다.  “재운 선생님…”  “네…”  “재운 선생님 침매인가봐.” “네?”  “나 녹음기 주고 가야지.” “네? 아까 예배 전에 드렸어요.” “아니야. 나 안받았어.” “아까 드렸어요. 가방에 바로 넣으시던데요. 가방 안에 한 번 보세요.” “아니야. 재운 선생님이 딴데 뒀나봐.” “아니예요. 가방 열어 보세요.” “아니야. 나 오늘 녹음기 없어서 녹음 하나도 못했어. 한 번 올라가서 찾아봐줘.”  웃는 낯으로 대하던 재운은 생각했었다. 문제가 뭘까. 그냥 가방 한 번 열어보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물론 이렇게 서서 계속 가방을 열어보라고 다긋치면 끝날 일이긴 하다. 하지만 재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재운이 돌아서서 다시 재단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재운의 등 뒤에선 호조연과 그녀의 큰아들, 그리고 큰아들의 여자친구, 이렇게 셋이서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녹음기는 분명히 호조연의 가방속에 있다. 다 알면서도 재운은 시간을 짜 맞추듯 재단 안 이층으로 이층에서 다시 방송실을 들어갔다 한 번 더 후배들과 인사를 건넨뒤 곧장 재단을 빠져 나간다. 호조연은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와 함께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집사님… 이제 제가 방송실에 다녀왔으니까 가방 열어보세요.”  재운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자 녹음기를 받지 않았다고 말하려던 호조연도 잠시 주춤한다.  “그럼 그게 어딜가?” “가방 안에 한 번 보시라구요.” 재운은 호조연이, 녹음기의 주인은 자신이고 넌 빌려간 사람이라는 갑과 을의 관계를 정의하고 싶어한다는 그녀의 그 심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호조연을 보아온 경험으로 말이다. 재운의 눈에 비친 호조연. 뭐라고 딱히 말할수 없는 불쾌함. 바로 오늘 설명할 거리가 재운에게 생겼다. 무슨일이 있어도 모든 사람들 위에 굴림하고 싶어하는, 심지어 나이 많이 드신 자신의 어머니에게 까지 자신이 굴림하고 싶어하는 이 여자의 이 심보가 재운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다. 그런데도 호조연과 각별하게 지내는 어머니를 재운은 이해할 수 없었고, 재운은, 호조연이 정말 수야님의 사람이라면 이런 행동이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재운은, 마치 호조연의 심리를 꽤뚫어보듯 웃는 낯으로 호조연을 빤히 보고있고, 호조연의 어린 자식과 자식의 여자친구는 그 옆에 우둑허니 서 있다가 재운의 태도가 심상치 않았는지 옆에서 재운을 거들기 시작한다.  “엄마가 가방 열어봐. 선생님 방송실까지 다녀오셨잖아.”  이제 호조연도 가방을 열어보지 않을수 없으리라. 그리고 호조연이 가방을 열자마자 녹음기가 보인다.  “어머! 여기 있었구나! 하하하하! 하하하하! 나 치맨가봐! 하하하하!”  재운은 여전히 그 앞에 서서 애써 호탕하게 웃어보이는 호조연을 역시 웃는 낯으로 빤히 보고있다. 호조연의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는 그저 멍하니 서있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이 광경이 민망해 보였는지 두 사람은 살며시 시선을 돌린다.호조연이 고개를 저치면서 더욱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그런 호조연을 재운이 빤히 보고있다. 웃는 낯으로 말이다.  “조심해서 가세요.”  재운이 돌아서서 어머니가 계신 차로 향한다. 그리고 차 안에서 다가오는 자신을 바라보고 계신 어머니를 멍하니 쳐다본다. 그리고 호조연은 재운의 인사를 듣고도, 혹은 듣지 못한듯 계속 큰 소리로 웃으며 그 자리에 서선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추기만 한다.  “왜…? 엄머는 왜, 저런 여자랑…? 왜…? 다른말 할 것도 없이, 수야님의 사람은, 절대로 저렇게 웃을수 없어… 그런데 왜…? 엄마가 이런 분이었나. 엄마가 정말, 이렇게 사람을 볼 줄 몰랐었나…”  재운이 자신의 승용차 가까이 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선 깔깔거리며 혼잣말을 하는 호조연의 목소리마저 들려온다.  “어머 왜 가방을 열어볼 생각을 안했을까?”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오는 내내 재운은 근심어린 표정을 짓는다. 재운은 자신의 어머니 또한 잘 알고있기에, 어머니가 걱정스럽다. 그런데 그날밤, 호조연은 한잠도 자질 못했다. 재운을 굴복시키지 못한것이 화가 나서다. 밤새도록 고민하던 호조연은 불연듯 뭔가 이상한 점을 떠올린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없었던것이 있었던 것으로 그녀의 머릿속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운에게 아침이 되자마자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재운 선생님…” “네. 왠 일 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나 어제 녹음기 주면서 재운 선생님이 연결하는 케이블을 안줬어.” “네? 무슨 케이블이요?” “응. 이 녹음기 컴퓨터에 연결할때 쓰는 케이블이 있거든.” “USB 케이블 아니예요? 케이블을 절 주셨었어요?” “같이 줬었어. 케이블을 줬으니까 재운 선생님도 컴퓨터에 연결해서 파일 보냈을거 아니야.”  “전 집에 있는 제 USB 케이블 연결해서 썼어요. 다른 말 하실필요 없구요, 제가 잃어버렸으면 죄송한 일이고 없어졌으면 사 드려야죠. 그런데 집사님…”  호조연은 아무런 댓구도 없다. 잠시후,  “그 녹음기에 케이블이 있는게 확실한가요?” “그럼. 케이블 내가 계속 사용하고 있었지.”  호조연이 가지고 있는 녹음기와 같은 녹음기를, 재운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녹음기엔 USB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지 않은것도 재운은 잘 알고있다.  “집사님,, 집에 홍수(호조연의 큰아들) 있지요?” “응 있어. 홍수는 왜?” “잠깐만 바꿔주세요.” “응. 알았어. 잠깐만… 홍수야…”  전화기 너머로 호조연이 자신의 큰 아들을 부르는 음성이 들리고 잠시후 호조연의 큰아들이 전화를 받는다.  “음. 다름이 아니고 엄마한테 녹음기 달라고해서 인터넷으로 그 녹음기 검색 좀 해봐. 전화끊지말고 지금.” “네.”  그리고, 호조연의 아들이 인터넷으로 검색한 호조연이 가지고 있는 녹음기는 USB 케이블 또는 기타 어떠한 케이블도 함께 제공되지 않는 모델임이 밝혀진다. 물론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호조연의 아들 조차도 이 모델은 케이블을 따로 주지 않는 모델인데 케이블이 있었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자신의 어머니를 다그치지만 호조연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재운은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 때 이후로, 호조연은 재운의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는것 조차 재운 앞에서 떳떳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재운이 호조연을 수야님의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음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들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운이 연못 건너편에 서있는 호조연을 보며 옛날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이들이 쌓아올린 우상을 위한 재사 준비가 한창이다. 한 손엔 그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곰방대를 든채 다른 한 손으론 재운의 팔을 꽉 물고있는 백영하. 재운의 팔을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마치 재운의 몸 속으로 더욱 깊숙히 들어 가기라도 하려는듯 재운의 팔을 감싸않으며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더 가까이 재운의 귓가에 살갑게 속삭이기 시작한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치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어제도 재운과 담소를 나누었던 것처럼 백영하는 살갑게 재운에게 속삭이듯 말하고 있다.  “재운님, 순종해… 재운, 나한테 순종해…”  재운은 사실 이미 3년전에 자신이 몸 담았던 재단을 떠났다. 이들을 이렇게 보는게 3년만인 것이다. 3년전 그날, 한 참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수야가 재운의 심장을 쿵쾅쿵쾅 울리며 다시금 말을 걸어왔었다. 한 참 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말이다.  “이제 이 재단에서 너에게 가르칠것을 다 가르쳤으니 너는 이 재단을 떠나라.”  하지만 재운은 재단을 떠나지 못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재단을 재운이 몹시 사랑했기 때문이다. 재운이 말을 듣지 않자 수야는 어떤 한 사람을 붙혀 재운을 괴롭게 했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선각자에게 달려가 재운을 헐뜻고 누명을 씌우게 하였는가 하면 갖가지 무성한 소문을 나돌게도 하였다. 물론 선각자는 이런 그의 말을 듣지 않았고, 물론 재운은 그 때문에 재단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야가 자신에게 재단을 떠나라 하는줄 알았기에 늘 기도했었다. 올 해 까지만요… 올 해 까지만요… 그러면 엄마는요… 엄마는요…? 그 해 12월 마지막 예배를 드린후, 재운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재단을 떠났다. 그후로 재운은 수야의 뜻대로 다시는 다른 어떤 재단에도 몸담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재운은 그때부터 남몰래 수야와 단 둘이 예배를 드리고, 아무도 모르게 골방에서 수야에게 기도를 하며 수야와 단 둘 많의 교제를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평생을 재운의 심장을 울리며 몇 년에 한번씩, 몇 달에 한번씩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재운에게 했던 수야가, 매일매일 자신을 찾는 재운 앞에 나타나 직접 경을 가르치고 재운이 알지 못했던 자신을 들어내고, 미래를 보게하고, 내일 재운 앞에 일어날 일을 재운에게 알게한 것이, 바로 이 시기 전후부터였다…  “재운님, 재운아… 순종해… 나한테 순종해…”  지금 재운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앞에 쌓여있는 이 돌을 연못에 던지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까짓 돌을 던지는것이 왜 이렇게 떨리는걸까. 던지면 안될것 같기도 하다. 이 돌을 연못으로 던지면 이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 돌을 연못에 던지고 나면 무슨일이 벌어질까. 재운의 마음이 복잡하고 두렵다. 왜 이렇게 몸이 떨려오는지 모를 일이다. 자신의 팔을 꽉 문 채 백영하의 팔이 자신의 몸 속 깊숙히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재운의 심장이 쿵쾅거린다. 우상에 홀려 눈이 붉게 충혈되고 자신들의 선각자를 쇠사슬로 꽁꽁 묶어놓은 사람들의 살기가 전해져 온다. 고민하던 재운이 순간 백영하의 손을 뿌리치며 쌓여 올려진 두 개의 돌 중 윗 돌을 온 힘을 다해 들어선 호수에 던져버린다. 첨벙.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돌을 던졌으면 도망이라도 가야할 재운은 오히려 그 돌 때문에 울부짓는 사람들과 넋을 잃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연못으로 뛰어들어 돌을 끓어 올리려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있다. 그들보다 자신의 눈이 더욱 슬퍼보인다. 연못으로 뛰어든 사람들은 다시는 연못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다. 백영하와 박 신은 얼굴이 창백해져 그저 연못을 보고있을 뿐이다. 재운이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자신의 뒷걸음질 치는 소리를 누군가 듣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게. 두려움이 쌓인다. 그리고 잠시후, 백영하와 박 신이 그 날카로운 눈으로 뒷걸음질치는 재운을 돌아보고 백영하의 오른쪽 눈에선 피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한다. 재운을 붙잡으려 하는 것이다.  “헉”  띠띠띠띠.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리고 있고, 알람소리에 잠을 깬 재운은 식은땀이 이마에 맺혀있고 놀란 눈을 깜빡거리며 멍하니 자신이 돌아 누워있는 벽만 쳐다본다. 추운 겨울. 새찬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인데 창문이 아주 조금 열려있다. 그리고 창문 앞 기다란 책상위엔 재떨이와 담배, 라이터, 경이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책 한 권이 놓여있다. 재운이 몸을 돌려 자신이 누워있는 곳 앞에 있는 좌식 테이블 위 스마트폰을 짚어들며 알람을 끊다. 시간은 오전 10시다. 좌식 테이블위엔 노트북이 켜져있고 노트북엔 ‘제목: 표’라고 적혀있는 재운이 쓰고있는 시나리오의 제목이 보인다. 재운이 그 두꺼운 이불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일어나 앉는다. 그리곤 창 밖을 멍하니 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렇구나… 그래서 재단을 떠나라 하셨던 거구나…”  그런거 알아… 내 몸은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내 몸은 남을 속일수 있어도 내 속사람은 절대로 거짓말을 못한다. 사람에겐 영(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혼(靈魂)의 부딛김이란 것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와는 단 둘이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고 대화가 잘 되는데,  누군가와는 단 둘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마땅히 할 말도, 하고싶은 말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땐 모르지만, 누군가와 단 둘이 있게되면 그의 영이 내 영과 같은 편의 영인지 그렇지 않은지, 사람의 영(靈)은 절대로 거짓말을 못한다.  몸담았던 재단에 선각자 김영호의 고향 사람들이란 사람들이 대거 몰려왔었고, 그즈음에 재단 사람들과 많은 갈등이 있었다. 재운 혼자서… 마음속으로만 말이다… 선각자 김영호가 전하는 말씀을 사모해서 고향에서 이곳 전안의 재단까지 매일을 하루같이 예배를 드리러 다니는 열정, 날이면 날마다 밤을 꼬박 세워가며 기도를 하는 믿음, 그런 거룩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태도와 행동, 그리고 머릿속에 들어있는 그들의 사상과 정치색에 이르기까지 그들에게서 수야의 반대편에 서있는 모습을 발견할때마다 재운의 몸은 그들과 깊이있는 관계를 맺기를 꺼려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수야를 저렇게까지 뜨겁게 사모할 수 있는 그들의 그 거룩한 모습에 그들을 부러워했던것도 사실이다. 재운은, 수야가 보여준 이 생생한 꿈 때문에 눈에 보이는게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이제 깨닭았다. 그리고… 수야가 보여준 이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 선각자 김영호의 고향 사람들이란 자들이 재단에 등장한 이후로 재단에서 어떤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는지, 어머니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듣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왜 지금일까? 재단을 떠난지 3년이 다 되었는데. 왜 수야님은 지금, 이 꿈을 꾸게 하셨을까…”  재운이 멍하니 창 밖을 보고있는데 재운이 키우는 강아지 둘라가 방문을 긁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불을 저치고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여는 재운.  “둘라야~ 잘잤어~”  재운이 방문을 열자 둘라는 꼬랑지를 흔들며 재빨리 방안으로 들어온다. 평소 같으면 재운이 방문을 여는 소리에 ‘일어났니?’ 하며 건너방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오늘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시다. 어머니의 방문으로 시선을 옮기고 자세히 들어보니 어머니가 계신 건너방에선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온다. 재운이 다시 살며시 방문을 닫는다.  “우리 둘라 잘잤어? 삼촌이 일하느라 방문을 닫아놨지… 잠깐…”  재운은 둘라를 잠시 쓰다듬고는 곧장 창문으로 다가가 밤새 열어놓았던 창문을 굳게 닫고는 누워있던 아랫몫으로 와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꼬리를 흔들며 이런 재운을 지켜보고 있던 둘라는 재운의 품으로 들어와 훌러덩 돌아눕고 긁어달라고 성화다. 재운이 이불을 들어올려 어깨까지 감싸더니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온 둘라에게 연신 입을 맞추며 몸을 긁어준다.  “우리 둘라 잘잤어?”  재운의 집은, 재운의 방과 어머니의 방이 나란히 붙어있고, 방문을 열고 나오면 재운의 방보다 작은 거실이 있다. 거실은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재운이 거실로 나와 둘라의 먹이와 물을 챙겨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그제서야 어머니의 음성이 들린다. 아마도 이제서야 전화통화를 끝내셨나보다.  “일어났니?” “어.” “밥먹어야지?” “아니야. 산에 다녀와서.” “너 빈속에 밥안먹고 산에 가는거 안좋은데…” “괜찮아.” 이상하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조금 상기된 느낌이다. 마치 뭔가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져 흥분한 사람처럼 말이다. 어머니의 성격도 성향도 재운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느낄수 있는 것이다. 겨울엔 일을 하실수 없어서 별로 기쁜일이 없으신 분인데 오늘은 어쩐 일일까. 어머니가 기분이 좋은 일이 있으시면 재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재운의 표정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밤새 꾼 꿈 때문일 것이다. 둘라는 바쁘게 재운을 쫓아다니고 재운이 책상 옆 한 쪽에 있는 둘라의 밥그릇에 새 물과 사료를 주니 둘라가 꼬랑지를 흔들며 물을 마시기 시작한다. 재운이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선 이런 둘라를 잠시 지켜보고다가 곧 화장실로 향한다.  “나 씻어.”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도 없으시다. 재운이 살며시 건너방 문 앞으로 다가가니 어머니가 누워계신 건너방에선 TV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어머니가 또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있는 음성이 들린다. ‘어머… 어머 그랬구나. 어머…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되니?’ 재운은 어머니의 음성 많으로도 어머니가 누구와 전화통화를 하는지 않다. 지금 전화통화를 하고있는 사람은 분명히 호조연일 것이다. 재운이 무표정하고 조금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로 들어가 화장실문을 조금은 세개 닫는다. 쾅. 어머니께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한 것이다.  추운 겨울.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어 골목길엔 쓰레기와 종이 쪼가리들이 날라 다니고 있다. 재운이 집을 나와 산으로 향한다. 수야에게 기도를 하러 가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들어보니 그동안 재단에선 이런 일들이 있었나보다. 선각자 김영호는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의 고향에서 온 성도들과 함께 그동안 매일매일 그룹섹스를 벌렸다고 한다. 40대에서 10대에 이르기까지. 청년에서 어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그 섹스에 중독이 된 나머지 어쩔땐 자신이 혼인을 주선하여 혼인한 여자를 그 남편 몰래 끌고 나가 저기 보이는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오라는 명령 아닌 명령을 내렸는가 하면, 여자는 김영호의 명령대로 강간을 당하고 왔고, 김혜인이란 여자는 자신의 16살 딸에게 새 이불과 배개를 사주며 선각자를 기쁘게 하라고 시켰는가 하면 그 16살 딸은 김영호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룹섹스를 하던 여자들끼리는 질투가 나 각자의 남편들에게 당신의 아내가 지금 선각자와 함께 00모텔에 있다고 고자질을 하는가 하면, 어린 학생들의 선생이었던 박 신과 김혜인은 매일매일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듯 여자들을 불러모아 오늘은 선각자를 어떻게 기쁘게 해 드릴지 가르치고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수야를 통해 이 모든 일의 꿈을 꾸고, 재운의 어머니께서 당신의 재단에서 있었고 읽어나고 있던 일을 알게 되시기도 전에, 재운은 사실 선각자 김영호와 그의 아내 백영하에게 인사를 하러 갔었다. 할 수 있으면 당신께서 돌이키시길 바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를 잡아 세상의 실태와 물란해진 도덕성을 비판하며 김영호가 돌이키길 바랬던 재운의 생각과는 달린, 김영호와 백영하는 재운의 입을 막고, 눈을 부릎뜨며 화를 냈었다. 재운이 산엘 오르며 그때 일을 떠올린다… 더는 말할수 없었다. 같이 눈을 부를뜨고 싸울수도 없는 것이었다. 당신들이 결단코 돌이키지 않을 것임을 재운은 그날 보았다…  “마음이 아파와… 그토록 사모하던 선각자가… 그냥 마음이 아파와… 이제 알았지. 엄마도 나처럼 이제 알았으면 해…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별할래. 진짜는 어떤게 진짜고 가짜는 어떤게 가짠데. 내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니 나는 가짜냐. 엄마가 내 말은 멸시하면서 호조연의 음성에 몫을 매는 이유가 그거야. 하지만 그날, 내 허물을 물어봤을때 수야님은 분명하게 너는 외식하는 자들의 말을 듣지 말라고 하셨어… 날이면 날마다 수십일씩 금식을 하고 기도를 하던 저들이 진짜냐. 수십일씩 금식을 하며 죽어 가면서도 재단에 나와 기도하는 그 모습을 나도 보았고, 나도 그럴수 있는 그들을 부러워했고, 나도 그들을 위해 기도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게 아무것도 아니야. 너희 육신(肉身)의 어떠한 행위로도 그를 기쁘게 할 수 없다는 말씀을 잃어보지 못했냐. 그 내면의 중심은 오로지 수야님만 아셔. 거룩한 옷을 입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비싼 넥타이를 메고 있으면 진짜냐. 거룩한 옷을 입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비싼 넥타이를 메고있던 그들이 배신을 했고 배도를 하였던게 살아있는 역사다. 선각자가 동성애를 옹호하면 그게 선각자랴. 자신의 몸 된 재단의 선각자가 그룹섹스를 하건 간음을 하건 그 선각자만 바라보며 허우적 거리는게 한 낯 사람이다. 왜? 왜? 실상은 수야님을 만나보지 못했고, 실상은 수야님께 관심이 없어서야…”  재운은 이 순간에도 어머니가 걱정이다… 그 재단에서 그룹섹스를 벌이고, 강간을 당하라는 명령을 받고 강간을 당하고, 자신도 선각자 김영호와 섹스를 즐기면서도 남의 남편에게 그 아내를 고자질하던 모든 재단의 성도들을 호조연이가 일일이 쫓아다니고 그들의 고향까지 찾아가 그들의 가슴을 찢고 있었음을 재운은 알고 있었다. 수야가 재운에게 호조연의 민낯을 낯낯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재운은, 그런 호조연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들었던 말을 다시 듣고, 다시 귀기울이는 어머니가 걱정이다. 어머니 연새에 상처도 크실텐데 더러운 혀가 전하는 더러운 이야기를 계속 들을 필요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어머니의 영이 메말라 죽을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재운은 산기슭에 다다랐다. 그리고 산을 10여분 올라가다 걸음을 멈춘다.  “내가 여기에 있나이다.”  하늘에선 언제나처럼 천둥이 번쩍이고 재운의 눈에선 오늘따라 눈물이 흐른다. 감사하기도 또 슬프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이 때, 이 시기부터였다. 수야는 재운이 어렸을때와는 달리, 재운이 학업을 위해 아일랜드 최남단의 서주에 가 있을때와도 달리 재운을 몹시 간섭하기 시작했다. 재운은 늘 은밀하게 수야를 찾았고 수야는 늘 은밀하게 자신을 찾는 재운을 기다렸다. 날이 너무 추워 산에 갈 엄두가 나지않아 따뜻한 방안에 있노라면 수야는 재운을 재촉했고, 재운은 수야에게 죄송해하며 다시금 산엘 오르곤 했다. 이 시기 전후로 부터, 수야는 재운에게 꿈으로 환상으로 내일 재운 앞에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가깝고 먼 재운의 미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전후로 부터, 재운은 이미 자신이 어머니와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알았고, 그 자리엔 있지도 않았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가 목욕탕으로 질질 끌려가 던져지던 광경도, 아버지를 목욕탕으로 끌고가 던져버린후 돌아서선 친구들과 히히덕 거리며 전화통화를 하는 그자의 모습도 다 보았다. 망나니 같은 재운의 동생이란 자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자신을 어떻게 욕보이며 조롱할지도, 그자로 인하여 재운과 어머니가 갈라서게 될 그 날도, 재운은 사실 이때에 모두 다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까지도, 그들이 어떻게 죽임 당하는지도, 재운은 이미 다 보았었다… 다만, 수야가 보여준 그 환상이 그것인줄, 그 환상들이 현실이 될 거라고 이때 까지만해도 재운은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재운아. 너는 내 말을 기억하라. 내가 정한 날에 내가 너의 모든 대적자들을 세차게 찍어서 던지우리라. 너는 나를 잊어도 나는 너를 잊지 않으며, 너는 너의 대적자들을 잊어도 나는 그들을 잊지 아니하리라.”  그리고… 이때 까지만 해도 수야가 말하는 자신의 대적자들이 누구인지 재운은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재운의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이런 수야와 재운의 관계를 알지 못하셨다. 어쩌면 알고싶지 않으셨는지도, 어쩌면 그가 아들이기에 듣고싶지 않으셨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수야와 재운의 관계를 아는 이는, 오로지 수야와 재운 뿐이었다…    [ 등장인물 ] 수야. 아일랜드의 창조자. 궁사. 수야의 몸종들. 사천. 수야의 심부름꾼. 재운. 지나. 주연.홍사장. 박영보. [ 목차 ] 제1장. 꿈.[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1화 살자(自殺).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2화 대리운전.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3화 재단(齋壇).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4화 카페 꿈.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5화 시련(試鍊)의 시작.    제2장.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 [창작소설]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제3장. 위대한 거짓. 제4장. 저주받은 가족사. 제5장. 어떤 창녀 이야기. 제6장. 지나의 죽음. 제7장. 사라진 꿈. -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