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1화 살자(自殺).

제1화. 살자(自殺).

 
눈이 많이 내린 시골 풍경의 농촌. 날이 춥고 길이 꽁꽁 얼어서인지 인적이 없다. 오래된 기와장지붕에 쌓여있는 눈을 뚫고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을 뿐이다. 재운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이 한적하고 작은 농촌마을의 한 원룸에서 살고있다.

재운의 집. 지나가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는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안와?”

친구에게서 메세지가 왔나보다.

“지나: 쫌 만 더 기다려보고.”
“전화해. 데릴러 갈께.”
“지나: 전화할께.”

재운의 집 창가엔 커튼이 없다. 벽이 없는 넓은 원룸. 현관문을 가로막고 있는 중문이 보이고 다른 문이라곤 화장실 문 밖에 보이질 않는다. 가구라곤 벽 한켠을 채우고 있는 책상 하나, 의자 하나, 그리고 맞은편 소형 냉장고, 또 중문 왼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소파가 전부다. 소파 옆으로 붙박이 장이 다른 벽을 채우고 있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집안은 히터를 켜지 않았는지 지나가 점퍼로 하반신을 덮고있고, 몸을 잔뜩 움츠린채 고개를 푹 숙이고는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다. 이따금식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현관문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에 현관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는 지나. 그녀의 표정이 차가운 겨울 바람 만큼이나 쓸쓸해 보인다.

어느새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재운이 집을 향해 언덕을 오르고 있다. 재운의 집 앞에도 204번 버스가 다니지많 추운 겨울이 되고 눈이 오면 버스가 이 언덕을 너머 마을까지 들어오질 않는다. 그래서 추운 겨울 눈이 많이 오면 큰 길까지 30여분 남짓한 이 언덕을 재운은 자주 넘어 다녀야만 한다. 재운은 언덕길을 오르며 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 기라도 하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곤 길 가상 자리에 기대어 서서는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리곤 매우 자주 등 뒤를 돌아보며 차가 오는지 또는 누군가가 오는지를 살핀다. 그는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럽다. 꽁꽁 얼어붙은 길을 걷는 그의 발걸음은 너머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지만, 또 한편, 연신 혼잣말을 하는 재운의 입은 매우 거칠고 화가 나있다. 재운이 연거푸 퉤, 퉤 침을 내뱉는다.

“재운: 어디보자 이 개새끼야… 어디보자 이 개새끼야. 니 뜻대로 되는지 어디한번 보자… 이 개새끼야. 퉤. 퉤.”

날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재운은 어느새 언덕을 너머 마을에 다다랐다.

어두컴컴해 지는 집안에서는, 지나가 해가 저무는 창 밖을 보고있다.

재운이 집 앞에 다다라 서며 문을 열려는 순간, 등 뒤를 휙 돌아본다. 그리고는 사방을 훌터본다. 왜? 무슨 느낌을 받은걸까?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집 현관문을 멍하니 쳐다보더니 현관 앞 두 층으로 쌓여있는 계단에 살며시 주저 앉는다. 그리고는 침을 꼴깍삼킨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앉아선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멍하니 쳐다본다.

어느새 날은 더욱 붉게 물들었다. 지나가 해가 저무는 창 밖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순간, 띠띠띠. 누군가 현관문의 도어락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재운이 돌아온 것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말도 없이, 그렇게 집을 떠난지 두 달 많이다. 지나가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다시금 스마트폰을 만지적 거리기 시작한다. 긴장을 했는지 침을 꼴깍 삼키면서 말이다. 재운을 기다렸지만 어색하고 왠지모를 초조함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리라. 그리고는 잠시후 지나의 어깨너머로 중문을 열고 들어오는 재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재운이 지나를 보고는 멈칫한다. 재운은 마치 지나가 와 있음을 알고 있었던것처럼 고개를 들지 않고 있다. 어색하고 긴장되기는 재운도 마찬가지 인가보다. 지나는 고개를 떨군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들어 재운을 힐끔 쳐다보곤 재운이 고개를 반쯤 숙인채 자신을 돌아보지 않자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군다. 재운이 잠시 서서는 눈을 깜빡거리며 고민한다. 두 사람은 꼭 두달만에 만나는 것이다.

두달 전, 재운은 지나가 앉아있는 저 소파에 앉아선 밤이 세도록 화를 가라 않히지 못하다가 새벽이 되어서 가방을 싸 산으로 향했었다. 그날 이후로 지나는 재운과 연락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뜻하지 않은 지나의 방문에 재운이 잠시 현관에 서있다가 메고있던 가방을 내려놓고는 붙박이 장문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곤 옷장문을 열어 점퍼를 벗어 건다. 재운의 움직임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도 매우 조심스럽다. 이런 재운을 지나가 슬쩍 돌아본다. 먼저 말을 건네주길 기다려 보지만 재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그녀가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지나: 어디 갔다 와?”

지나의 음성이 살며시 떨렸다. 점퍼를 거는 재운의 손도 살며시 떨리고 있다. 재운이 긴 여운이 남을법한 깊은 숨을 들이 마신다. 두 사람은 몹시 긴장하고 있다. 재운이 점퍼를 걸곤 옷장문을 닫고 소파 맞은편 책상 의자로 다가가 살며시 앉는다.

“재운: 어떻게 들어왔어?”

지나는 고개를 푹 숙인채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 농촌마을의 날은 이미 저물어 가고있고, 길가엔 가로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만치 한 노인이 추운 겨울 바람을 뚫으며 휠체어를 끌고는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농촌의 풍경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고개를 반쯤 숙이곤 생각에 잠겨있는 재운. 지나도 소파에 앉아,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인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다. 지나는 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오해도 다 풀리겠지… 하지만 조심스럽다. 재운이 왜 속상해 하는지, 재운이 왜 힘들어 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래서 또 훌쩍 어디론가 떠나갈까봐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어도, 묻고 싶은것도 많은데, 지나는 말을 아끼고 또 아끼려한다.

“지나: 저녁 먹었어?”

재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눈을 깜빡거리며 고민에 휩싸여있다. 재운이 아무런 댓구도 하지 않자 지나가 고개를 들어 이런 재운을 살며시 바라본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떨군다.재운은 몇일째 씻지도 못했나보다.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있고, 머리도 몇일째 감지 못한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땀과 먼지에 쩌들어 있는 양말은 시커멓다. 이런 재운을 봐야하는 지나는 속이 타 들어 가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지 못한다. 오히려 재운이 무엇이든 말을 꺼내주길 바라는 눈치다.

“재운: 친구 불러서 가… 눈와서 버스 안들어와…”

지나가 침을 꼴깍삼키며 아무런 댓구도 하지 않는다. 재운은 사실 지나와 이렇게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할 말이 많은데… 하지만 마음을 정한 이상 이별을 고할건데…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준비해서, 따뜻한 저녁이라도 한끼 함께 하면서 인사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나가 자신의 집에 와 있는 것이다. 재운이 원했던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마음을 정했는데… 이제와서 불필요한 감정적 오해를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자칫 오늘 이후 지나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재운도 지나 만큼이나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다.

“지나: 이야기(얘기) 좀 할 수 없어?”

재운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고개를 들어 재운을 응시해 보지만 재운은 그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을 뿐이다. 지나가 다시 고개를 떨군다.

“지나: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지나는 재운의 대답을 기다리려는듯 고개를 들어 재운을 보다가 재운이 아무런 댓구도 하지 않자 다시금 고개를 떨구기를 반복한다. 재운이 침을 꼴깍삼킨다.

재운의 집앞에 낯선 차 한대가 서있고, 차 안엔 두 남자가 있다. 이들은, 마치 오래된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저승사자와 매우 닮아있다.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검게 물들었다. 눈빛은 강렬하고 붉게 충혈되어 있고 시선은 재운의 집으로 향해있다.

날이 저물어 방안이 캄캄하다. 재운과 지나의 실루엣이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이지 않는 어두 컴컴한 밤이 되었는데도 집안에 불을 켜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같은 자리에 앉아 여전히 고개를 떨군채 앉아있을 뿐이다. 추운 겨울 날씨 만큼이나 집안 공기도 차갑다. 눈을 깜빡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재운이 침을 꼴깍삼킨다.

“재운: 안 될것 같은데…”

재운이 침을 꼴깍삼킨다. 한 마디를 내 뱉는것이 고통스럽다. 고개를 푹 숙인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지나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한다. 지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저만치 책상앞 의자에 앉아서는 연신 길고 조심스러운, 긴 호흡을 하는 재운의 쉼호흡이 들려올 뿐이다. 재운은 아마도 자신의 결심을 굽히지 않으려나보다.

“지나: 왜…?”

재운이 대답이 없자 지나가 다시 고개를 들어 재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떨군다.
 
“지나: 다시 시작할 수 없어?”
 
재운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지나가 다시 고개를 들어 재운을 물끄러미 보다가 또 고개를 떨군다. 지나의 몸은 재운을 향해있고, 재운의 몸은 중문쪽을 향해 앉아있다.

“지나: 오빠가 그러면 뭐…”

지나가 다시 고개를 들어 재운을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군다.

“지나: 반천까지 괜히 찾아왔네… 근데,,, 오빠가 아는게 전부는 아니야… 후회 안할수 있어?”

지나가 고개를 푹 숙인채 물었다. 그녀의 음성이 떨렸다. 아… 잘 안되겠구나… 어쩌면 안되겠구나… 오해만 풀리면 될거라 믿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그렇게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지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재운과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제 다시는 재운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지나도 느끼기 시작했다. 붙잡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재운: 누가 그러던데… 연애하면서 뻑하면 헤어지자고 하는 사람, 결혼해서도 똑같고, 사귀면서 힘들게 하는 사람 결혼해서도 달라지지 않는데… 너같은 인간들, 지 남자 지 여자는 힘들게 하면서, 지 남자 지 여자한텐 오해나 만들면서 맨날 친구들 핑계에, 다른 사람들 앞에가선 지 남자, 지 여자 손가락질하고 등신만들면서, 엄한 사람들 앞에가선 쿨하게, 쿨한척 다 해주면서”
“지나: 그런거 아니야.”

지나의 눈시울이 불어졌다. 지나는 더이상 고개를 들지 않는다. 재운도 지나 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있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재운이 느껴진다. 입을 열고 말을 하는 내내 그의 목소리도 떨려왔다.

“재운: 그렇데… 누가…”

재운이 다시금 길고 조심스러운, 긴 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재운: 니가 5년이나 지나서 반천엘 왜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5년동안 니가 뭘 하며 살았는지 내가 알게 뭐야. 어긋난 믿음이 회복이 되겠어? 말로? 입으로? 시간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 힘들기만 해… 피차 눈치보면서, 피차 속쓰려 하면서, 저사람이 혹시 오해하지 않을까 숨죽이면서, 조심하면서… 넌 그렇게 살고 싶어?
 
지나가 아무런 댓구도 하지 못하고 침을 꼴깍 삼킨다.
 
“재운: 지금 감정 얼마나 갈까…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서로 원수되서 헤어지는것 보다 지금 헤어지는게 나… 그럴거 같아…”
 
재운의 눈시울이 불어졌다. 이제 다시는 지나를 보지 못할것을 재운은 너무나 잘 알고있다. 그가 눈을 깜빡거리며 거칠고 초조하고 숨죽인듯한 호흡을 가다듬는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지나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핑돈다. 지나는 입술도 닫지 못한채 너무나 슬퍼보인다.
 
바람이 분다. 바람소리가 창문을 너머 들려온다.
 
“어차피 끝내야 하는데 뭐… 시간 질질 끌면 뭐하나… 또다른 오해만 생기지… 그래도… 그래도… 따뜻한 밥한끼 사주고 싶었는데…”
 
재운의 눈동자에서 눈물 한방울이 뚝 떨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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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


수야. 아일랜드의 창조자.
궁사. 수야의 몸종들.
사천. 수야의 심부름꾼.
재운.
지나.
주연.
홍사장.
박영보.

[ 목차 ]

제1장. 꿈.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1화 살자(自殺).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2화 대리운전.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3화 재단(齋壇).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4화 카페 꿈.
[창작소설] Island. 제1장 꿈, 제5화 시련(試鍊)의 시작.    

제2장.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
[창작소설] Island. 제2장 시련의 계절(季節).

제3장. 위대한 거짓.
제4장. 저주받은 가족사.
제5장. 어떤 창녀 이야기.
제6장. 지나의 죽음.
제7장. 사라진 꿈.


-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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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amn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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